에스퍼 전 국방, 윌리엄 바 전 법무, 볼턴 전 보좌관.

트럼프 행정부에서 일했던 장관급 인사들이 18일(현지 시각)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부 기밀문서 사저 반출 혐의를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내년 11월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가 공화당 경선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자, 공화당 소속으로 한때 함께 일했던 인사들이 견제하고 나선 것이다.

마크 에스퍼 전 국방장관은 이날 CNN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기밀 반출 혐의에 대해 “이것은 분명 허가받지 않았고 불법이며 위험하다”며 “우리 군인들을 위험에 빠트리고 우리나라의 안보를 위험하게 만드는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했다. 이어 ‘트럼프가 재선하면 국가 기밀을 맡길 수 있느냐’는 질문에 “특별검사가 기소한 혐의가 사실로 밝혀진다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행동에 비춰 (그를) 신뢰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트럼프를 온라인에 정보 문건들을 유포해 기소된 잭 테세이라 매사추세츠주 주방위군 일병에 비유하기도 했다.

마크 에스퍼 전 국방 장관

트럼프 정부 마지막 국방장관을 지낸 에스퍼는 그동안 “트럼프가 2024년 대선에 출마하지 않으면 좋겠다”고 해왔다. 그는 작년 5월 본지와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서 미군을 빼고 싶어 했다”며 “(트럼프 당선은) 한국에 대한 방위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도 했다.

윌리엄 바 전 법무장관도 이날 CBS 인터뷰에서 “그(트럼프)는 마치 부모가 그렇게 하지 말라고 하는데도 계속 유리잔을 식탁 가장자리로 밀어버리는 반항적인(defiant) 아이 같다”며 비판했다. 그는 “트럼프는 보수·공화당 의제를 위태롭게 하는 무모한 행동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고도 했다. 공화당 일각에서도 트럼프의 경선 승리를 우려하고 있다는 주장으로 해석됐다. 그는 2020년 대선 패배 후 ‘선거 사기’를 주장한 트럼프에게 이견을 드러냈다가 해임됐다.

윌리엄 바 미국 법무장관/AFP 연합뉴스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도 이날 MSNBC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민감한 자료를 들고 있으려는 경향이 있었고, 당국자들이 그런 자료를 회수하지 못한 경우가 여러 차례 있었다고 증언했다. ‘반출 문서가 기밀인지 몰랐고, 기밀은 해제했다’던 트럼프 측 해명을 반박한 것이다.

한편 한국계 아내를 둬 ‘한국 사위’로 불리는 래리 호건(공화당) 전 메릴랜드 주지사는 이날 ABC방송 인터뷰에서 “(공화당 경선) 도전자 11~12명이 있는데, 이들은 일종의 조력자이며 (트럼프를 위한) 변명만 하고 있다”며 “그(트럼프)와 정면으로 맞설 수 있는 후보가 나와야 한다”고 했다. 공화당 내 대표적인 반(反)트럼프 인사인 호건은 지난 3월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바 있다. 미 정치 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지난 9일 기밀문서 반출 혐의로 기소된 후 진행된 3차례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 지지층에게서 51~53%의 과반 지지율을 얻어 17~23%를 얻은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를 30%포인트 이상 앞섰다. 한편 민주당 조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정체를 보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바이든 대통령은 당내 마땅한 경쟁자가 없고, 지지 열기가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YONHAP PHOTO-1078> 美 펜실베이니아주 노조 행사서 첫 유세하는 바이든 대통령 (필라델피아 AP=연합뉴스) 2024년 대선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미국 최대 규모 노조인 미국 노동총연맹산업별조합회의(AFL-CIO·미국노총)가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컨벤션 센터에서 주최한 행사에서 첫 유세를 하고 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의 경제 성과와 함께 '메이드 인 아메리카(미국 제조)' 정책을 강조했다. 2023.06.18 yerin4712@yna.co.kr/2023-06-18 13:56:40/ <저작권자 ⓒ 1980-202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