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국가 주도 경제포럼에서 여전히 자신감을 천명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서방의 제재에도 굳건한 경제 토대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대내외에 과시했다.

러시아 타스통신은 18일 안톤 코비야코프 대통령 자문위원이자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SPIEF) 조직위원장을 인용, “러시아는 이번 포럼에서 460억 달러(59조) 규모에 이르는 투자 합의를 이뤘다”고 밝혔다. 또 “러시아가 지정한 비(非) 우호국 중 25개국서 온 150여 개 기업이 포럼에 참가해 총 4조 루블(3조8600억 루블)에 달하는 900건 이상의 협정을 체결했다”며 “이탈리아와 스페인 기업이 적극적이었으며, 합의 자체가 마무리됐다”고 강조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경제포럼에 참석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리아노보스티 연합뉴스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SPIEF)은 ‘정의로운 세상을 기반으로 한 주권 개발: 미래 세대를 위한 힘의 결합’이라는 주제로 14일 개막, 나흘 동안 일정을 마치고 폐막했다. 조직위는 이번 포럼엔 130개국에서 1만7000여명이 참석했으며, 150여 공식 대표단이 참가했다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개막 연설에서 “4월 러시아 국내총생산(GDP)은 연간 기준 3.3% 성장했으며, 올 러시아의 경제성장률은 2%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그는 “유럽 연합이 기술적 침체에 들어간 반면 러시아는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으며, 미국 올 예상 성장률의 두 배”라며 “실업률도 정부의 예산 및 통화 정책으로 인해 사상 최저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고 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러시아의 수출액은 5920억 달러에 달했고, 비원자재, 비에너지 수출이 거의 3분의 1인 1880억 달러를 차지했다”며 “러시아 경제는 점차 에너지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경제포럼이 열리고 있는 현장에 설치된 아랍에미리트 전시관. 중동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와 우호관계 덕에 여러모로 최대 수혜를 누리고 있다. /타스 연합뉴스

또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 “우크라이나가 전쟁에서 승리할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연설에 앞서 지난 21일 별세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를 위해 1분간 추도 묵념을 제안하기도 했다. 푸틴은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와 막역한 관계였다.

전문가들은 러시아 정부가 서방의 제재 압박에도 물가 불안을 막을 수 있었던 것은 예산 메커니즘과 통화 수단의 활용 때문으로 해석한다. 러시아 대출 기관의 2022년 기업대출은 14.3% 증가했지만, 소비자대출은 9.5% 증가했다. 주택담보대출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역설적이지만 이번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의 최대 참가자는 미국이었다. 미국 참가자가 200명으로 최대였고, 중국 (147명), 인도 (58명) 순이었다.

국가원수급으로 압델마지드 테부네 알제리 대통령, 바하그 카차투리안 아르메니아 대통령, 마누엘 마레로 크루즈 쿠바 총리 등이 참석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경제포럼 우주분야 섹션에서 유리 보리소프 러시아연방우주청장(왼쪽 두번째) 등이 참가한 가운데 브릭스(BRICS) 국가들의 우주 개발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타스 연합뉴스

☞러시아가 지정한 비 우호국

러시아는 작년 3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우크라이나를 지지하고 대(對)러 경제제재에 참여한 국가를 비 우호국으로 지정했다. 미국, 호주, 캐나다, 영국, 유럽연합 소속국, 일본, 한국, 뉴질랜드 등이다. 러시아 정부 홈페이지에 게시된 비 우호국은 48개국.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에는 미국과 체코 2개국이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SPIEF)

1997년 시작한 SPIEF 는 2006년부터 러시아 연방 대통령의 지원하에 국제규모로 확대된 경제·비즈니스 분야 포럼이다. SPIEF는 신흥 경제국들의 대표적인 의사결정권자들이 모여 러시아, 신흥시장 그리고 세계가 직면한 주요한 도전 과제를 논의하는 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