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비밀경찰에게 고문을 당했다는 한 우크라이나 민간인 여성의 증언이 전해졌다.
영국 가디언은 18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자포리자주(州) 엔너호다 지역 출신의 올레나 야후포바의 사연을 전했다. 엔너호다는 유럽에서 가장 큰 원자력발전소가 있는 지역으로, 지난해 3월 러시아군에 점령됐다.
야후포바는 지난해 10월 러시아 점령군에게 붙잡혀 끌려갔다. 야후포바의 남편은 우크라이나 군 장교였는데, 몇몇 이웃들이 러시아 비밀경찰에게 이 사실을 알렸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지방정부 직원으로 일하던 야후포바는 그 전까지 어떤 반(反)러시아 시위에도 나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반려동물을 걱정해 도시를 천천히 떠나려고 했던 것이 실수였다고 했다.
야후포바는 끌려간 직후 이틀 동안 비밀경찰들로부터 고문을 당했다고 한다. 가디언은 “이는 5개월간의 구금과 강제 노역이라는 악몽의 전주곡에 불과했다”고 했다.
야후포바는 “어떤 법적 근거도 없었지만, 그들은 원하는 대로 행동했다”고 했다. 이어 “500명 이상의 사람들이 납치‧고문을 당했다. 전기 충격도 흔한 일이었다”고 했다. 이어 “그들은 내 몸을 앞으로 구부리도록 한 뒤 발목에 손목을 가져다 묶었다”며 “그들은 액체가 가득 찬 플라스틱 병으로 때리거나, 내 목을 잡고 코를 틀어막기도 했다”고 했다.
야후포바는 당시 러시아 비밀경찰 팀이 5~6명으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그들은 “남편의 위치를 밝혀라” “이웃들 중 우크라이나 군 관계자가 있는지 말하라”고 요구했으나 야후포바는 입을 열지 않았다.
야후포바는 “와이어가 목에 감겨 있었고, 이마엔 총이 겨눠져 있었다”며 “전기 충격을 받기도 했다. 내가 어떤 상태였을지 상상해보라”라고 말했다. 이어 “한명씩 돌아가면서 이런 짓을 했다”며 “그들은 이것(고문)을 즐겼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너무 큰 충격과 고통 속에서 소리를 지르거나 어떤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고 했다.
이틀 후 고문은 중단됐지만 야후포바는 집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그는 최대 15명을 수용하는 감방으로 옮겨졌다. 겨울 동안 바닥에서 잠을 자고, 끼니를 거르며 고통을 겪었다. 야후포바는 “그냥 그들이 우리를 잊었다”고 했다.
야후포바는 러시아 비밀경찰에게 “러시아 뉴스에 출연해 거짓증언을 하라”는 요구를 받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의 포격에 대해 불만을 표하라고 요구했다”며 “그렇지 않으면 나를 쏘겠다고 위협했다”고 했다. 가디언은 “야후포바가 출연한 영상이 러시아 국영 리아노보스티 텔레그램 채널에 여전히 게재된 상태”라고 전했다.
야후포바는 지난 1월 바실리우카의 러시아 점령지로 옮겨졌다. 그는 추운 날씨였지만 야외에서 참호를 파야만 했다면서 “우리는 일출 전에 나가 일몰 후 돌아왔다. 무장경비들이 우리를 감시하고 있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야후포바는 두 달간 노역 끝에 지난 3월 한 수감자의 도움으로 석방됐다. 이 수감자는 군인을 설득해 전화를 빌려 친인척에게 도움을 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야후포바는 이후 유럽의 에스토니아로 향했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그는 남편과 재회했고, 교회에서 결혼 서약을 갱신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