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함마드 빈 살만(오른쪽)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19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를 수도 리야드로 유치하기 위한 리셉션을 열고 각국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전에서 우리나라의 최대 라이벌은 수도 리야드에 엑스포를 유치하려는 사우디아라비아다. 중동의 새로운 경제·문화 중심지가 되겠다는 야망이 담긴 국가 혁신 프로젝트 ‘비전 2030′을 전면에 내걸고, 막대한 ‘오일 머니’를 바탕으로 초대형 인프라·도심 건설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 판세는 사우디가 부산에 다소 앞서 있다는 평가지만, 개최지가 결선 투표로 결정될 가능성이 큰 만큼 정부는 하반기 총력전을 통한 막판 뒤집기에 희망을 걸고 있다.

19일(현지 시각) CNN·사우디아라비아 가제트 등에 따르면 사우디는 600만㎡에 달하는 엑스포 부지를 포함해 리야드 일대를 첨단화하는 작업에 최근 착수했다. 엑스포가 열리는 2030년까지 초대형 허브 공항인 ‘킹 살만 국제공항’을 신설하고, 엑스포 부지와 공항을 직통으로 연결하는 첨단 도로·철도망을 구축하고 있다. 리야드 북서쪽에 1900만㎡ 복합 문화 신도심을 만드는 ‘뉴 무라바(새로운 광장) 프로젝트’도 엑스포 유치를 위한 사우디의 전략 가운데 하나다. 부산, 로마 등 다른 후보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고 평가받는 문화·관광 인프라를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사우디는 20일 열린 BIE 총회 경쟁 프레젠테이션(PT)에서 외교·투자 담당 장관 등이 등장해 “전례 없는 엑스포 경험을 제공할 능력을 자신한다” “리야드는 오늘 준비됐다”고 했다.

사우디는 중동의 맹주라는 입지와 든든한 자금력으로 콜롬비아·우루과이 등 중남미 국가들과 보츠와나·나미비아 등 아프리카 국가들의 지지를 이끌어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가제트, 알 리야드 등 사우디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엑스포 개최지 투표에 참여하는 국제박람회기구(BIE) 회원 179국 가운데 사우디를 공개 지지한 국가만 70곳에 달한다. 사우디 오일 머니의 위상은 BIE 총회가 열리고 있는 파리에서 확인되고 있다. 19일 각종 소셜미디어(SNS)에는 파리 곳곳에서 ‘리야드 엑스포 2030′ 마크를 붙인 채 줄지어 서 있는 택시들의 사진이 대거 올라왔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엑스포 개최 후보지 선정을 위한 공식 리셉션을 열고 이에 맞춰 대대적인 광고에 나선 것이다.

조르지아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6월 20일 파리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 도착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또 다른 경쟁국은 유럽연합(EU)이라는 든든한 뒷배가 있는 이탈리아다. 오랜 경제난으로 노후된 수도 로마를 엑스포 유치를 계기로 부흥시키겠다는 포부로 이웃 국가들에 구애하고 있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 대표는 3월 “로마의 엑스포 유치를 지원하기 위해 전 세계에 있는 EU의 모든 대표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선언한 상태다. 다만 로마는 노후화된 도시와 고질적인 쓰레기 문제, 부족한 교통 및 인프라 등이 발목을 잡고 있다.

자국을 무력 침공한 러시아를 상대로 힘겨운 전쟁을 치르고 있는 우크라이나도 흑해 연안 항구 도시 오데사를 후보지로 앞세워 엑스포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BIE 집행위원회는 20일 실사단이 제출한 보고서를 검토한 결과 오데사에서 엑스포를 준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판단해 부산, 로마, 리야드 3개 도시를 엑스포 개최 후보로 정했다고 밝혔다.

최종 개최지는 11월 말 열리는 BIE 총회에서 179개 회원국의 투표를 통해 결정된다. 1차 투표에서 개최지로 결정되려면 3분의 2 이상을 득표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1위와 2위 후보 도시 간 결선 투표를 거친다. 정부 소식통은 “1차 투표에서 2위를 수성하면 결선 투표에선 유럽(EU) 국가들의 표를 상당 부분 끌어올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 아프리카와 중남미, 태평양 도서국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지지 교섭을 하고 있다”고 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최근 “9회 말 투 아웃 대역전극을 만들어낸다는 마음으로 하반기 모든 외교 행사를 지지 확보의 분수령으로 만들 것”이라고 했다.


☞BIE의 등록박람회, 인정박람회

우리 정부가 2030년 부산에 유치하려는 엑스포는 BIE의 등록박람회다. 이전에 우리나라에서 열렸던 대전(1993년)과 여수(2012년) 엑스포는 인정박람회다. 5년 주기로 열리는 등록박람회는 특정 주제를 중심으로 열리는 인정박람회보다 주제가 광범위하고 개최 규모와 상징성, 경제적 효과가 훨씬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