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서양에서 실종된 타이태닉호 관광용 잠수정이 콘솔게임에 사용되는 ‘조이스틱’으로 조종된다는 사실이 재조명받고 있다.
미국 CBS 방송은 지난해 12월 이 같은 사실을 담은 방송을 내보냈다. 당시 영상을 보면 심해 잠수정 ‘타이탄’ 운영사인 오션게이트 익스페디션 최고경영자 스톡턴 러시는 “타이탄 전체는 이것으로 운영한다”며 은색 조이스틱을 들어 보였다. 그러자 CBS 기자는 이 조이스틱을 보고 웃음을 터뜨리며 이마에 손을 짚기도 했다.
타이탄에 적용된 모델은 컴퓨터‧전자기기 제조업체 로지텍이 2011년 출시한 무선 게임 패드 G-F710다. 온라인 마켓 아마존에서 29.99달러(약 3만8800원)에 판매 중이다. 승객 5명이 탄 잠수정이 실종되면서 이 방송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심해 잠수정이 게임용 조이스틱으로 조종되는 것이 안전하냐는 의문이 제기된 것이다.
사실 잠수정을 조이스틱으로 조종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포스트(WP)는 20일 보도에서 “비디오 게임 컨트롤러는 운송수단을 모는 데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군대에서도 종종 쓰였다”고 했다.
2008년 영국 육군 모집 광고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엑스박스 360′ 컨트롤러로 드론을 조종하는 모습이 나온다. 2011년 아프가니스탄에서 폭발물 처리 로봇을 작동시킬 때도 같은 모델이 쓰였다고 한다. 2017년 미 해군의 USS 콜로라도 잠수함도 엑스박스 360으로 잠망경을 작동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항공우주산업(IAI)도 카르멜 장갑차에 같은 조이스틱을 적용했다.
WP는 군대에서 조이스틱을 활용하는 이유에 대해 “젊은 군인들이 비디오 게임 컨트롤러의 작동법과 인체공학적 디자인에 매우 익숙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MS의 브랜드인 엑스박스는 윈도 등 다양한 컴퓨터 운영체제와 호환된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이번에 실종된 타이탄 잠수정은 이 사례들과는 다르다. 군용 조이스틱은 유선으로 작동해 연결이 끊길 위험이 없으나, 타이탄에 적용된 모델은 블루투스를 활용한 무선으로 연결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WP는 “잠수정이 실종된 이유가 아직 불확실해 특정한 원인을 찾는 것은 섣부른 추정일 수 있다”면서도 “로지텍은 고품질 게임 장비로 유명하지만, 무선으로 작동한다는 것은 걱정되는 지점”이라고 했다.
앞서 해저 약 4000m 지점에 가라앉은 타이태닉호를 탐험하기 위해 나선 타이탄은 지난 18일 오전 대서양에서 실종됐다. 이 잠수정 안에는 영국 국적의 억만장자 해미쉬 하딩과 파키스탄 재벌 샤자다 다우드와 그의 아들, 프랑스의 해양학자 폴 앙리 나졸레 등이 탑승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캐나다 당국이 사흘째 수색을 진행 중이다. 잠수정 내부에 남은 산소를 고려할 때 골든타임은 하루도 채 남지 않은 걸로 추정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