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행사에 참석해 AI의 혁신과 규제의 필요성에 대해 연설하고 있는 척 슈머 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 /AFP 연합뉴스

“많은 사람들은 AI(인공지능)가 너무 복잡하기 때문에 아예 무시하기를 원한다. 그러나 AI에 관해서만큼은 모래에 머리를 박고 있는 타조가 되어서는 안 된다.”

미국 정계에서 AI 이슈를 주도하고 있는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가 21일(현지 시각)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행사에 참석해 AI 규제안의 대략적인 틀과 입법 준비 현황을 공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미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이날 슈머 원내대표는 미 의회가 준비 중인 AI 규제안의 핵심 원칙 등을 밝히며 “AI 를 민주주의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AI 시스템이 핵심적인 민주적 가치에 부합하고, 선거를 보호하며, 사회적 이익을 증진해야 한다”며 “특히 중국 공산당이 AI 기술 표준을 주도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했다. AI 규제의 큰 방향성을 밝힌 것이다. 또 이번 규제안을 보안(security), 책임(accountability), 민주적 토대(foundations), 설명 가능성(explainability) 등 핵심 원칙의 첫글자를 딴 ‘SAFE 혁신 프레임워크’로 지칭했다.

그는 “우리가 AI의 올바른 사용에 대한 규범을 정하지 않으면 다른 이들이 정하게 된다”며 “중국 공산당이 우리보다 앞서 AI에 관한 규범을 정하면 민주주의가 급격한 쇠퇴의 시대로 접어들 것”이라고 했다. AI 기술이 자유, 민주주의 등과 같은 미국의 핵심 가치들을 해치는 방향으로 발전하지 않도록 서둘러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 AI가 내년 미국 대선을 흔들 우려가 있다고 했다. AI를 악용한 가짜 뉴스 등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행태를 염두에 둔 것으로 분석된다.

슈머 원내대표는 “AI는 질병과 배고픔과 싸우는 것에서부터 삶을 더 쉽고 효율적으로 만드는 것까지 지구상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다”면서도 “노동자 실직과 선거 관련 허위 정보 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했다. AI 이해와 활용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위험성에 대한 경고도 빼놓지 않은 것이다.

AI 규제안의 대략적인 원칙이 이번에 공개됐지만, 구체적 내용을 담은 세부 입법안을 마련하기까진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그는 “민주주의 규범과 일치하는 AI 기술을 위한 ‘가드레일(보호 장치)’을 설정하기 위해 의회 법안이 시급하다”며 “현재 법안 준비는 민주당과 공화당이 함께 진행 중이고, 재무·국토안보·정보 등 상원 주요 상임위 지도자들도 입법에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72세인 슈머 원내대표는 100명이 넘는 AI 전문가를 만나 집중 과외를 받으며 관련 전문 지식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상원에서 AI와 관련된 초당적인 브리핑을 열정적으로 주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