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군부를 상대로 무장 반란을 일으킨 러시아 민간 용병 기업 와그너 그룹이 모스크바를 향해 진격하겠다고 예고한 가운데, 러시아군 헬기가 모스크바를 향하는 와그너 그룹 부대를 향해 공격을 가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러시아군이 와그너 부대에 저항하면서 보로네시시(市) 민가도 일부 포격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24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은 보로네시를 지나 모스크바로 북상하는 고속도로에서 러시아 육군의 헬리콥터가 와그너 그룹 군용 차량 등을 향해 공격을 가하는 장면을 자사 기자가 목격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반군이 고속도로에서 상당한 저항에 부딪혔다는 보고는 없었다고 한다.
와그너 그룹이 진입한 보로네시주 보로네시시에서는 포격 정황도 확인되고 있다. 폴리티코는 이날 러시아군이 와그너 그룹에 반격하는 과정에서 보로네시 주택가 일부가 폭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보로네시는 모스크바에서 남쪽으로 약 500㎞ 거리에 있는 도시로, 이에 앞서 와그너 그룹이 무혈입성했다고 주장한 로스토프나노두에서 모스크바로 향하는 중간 지점에 있다.
CNN은 러시아 국영 언론을 인용해 “와그너 부대와 러시아군 사이의 충돌이 벌어지면서 러시아 남서부 보로네시에 떨어진 탄약에 다수의 차량이 파손됐다”고 보도했다. 탄약은 보로네시시 외곽의 주거 단지 주차장에 떨어졌으며, 이로 인해 주민들의 차가 파손되고, 아파트 유리가 깨지는 등 피해가 발생했다.
또 러시아 매체들은 보로네시 아파트 건물 여러 동 인근에서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면서 화재가 발생해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고 보도했다. 다만 진위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알렉산더 구세프 보로네시 주지사는 이 지역의 유류 저장소에 불이나 연료 탱크 1개가 파손됐으며 화재 진압에 100명 이상의 소방대원이 투입됐다고 텔레그램을 통해 밝혔다.
이날 오전 프리고진은 와그너 그룹이 로스토프나도누에 있는 러시아 남부군 사령부 본부를 점령했다고 밝혔다. 로스토프나도누는 남부군 사령부 본부가 위치하는 등 중요 요충지로 꼽힌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이날 비상 연설에서 “로스토포나도누의 군사 및 민간 기능이 본질적으로 봉쇄됐다”며 와그너 그룹에 점령됐다는 점을 인정했다.
로스토프나도누 도심에는 와그너 그룹의 장갑차 탱크와 병사들이 도로를 점령하고 있지만, 이들과 러시아 정부군 사이에 전투나 충돌은 벌어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리고진이 남부군 사령부 본부에서 러시아 군 장교들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도 영상을 통해 공개됐다. 와그너 그룹 병사와 러시아 정부군이 대화를 나누는 장면 등도 목격됐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오전 대국민 연설에서 “우리는 등에 칼이 꽂히는 상황을 목격하고 있다”며 “우리의 대응은 가혹할 것이며 반역 가담자는 처벌될 것”이라고 와그너 그룹을 반역자로 규정했다. 그는 프리고진을 겨냥한 듯 “과도한 야망과 사욕이 반역이자 조국과 국민에 대한 배반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속임수나 위협으로 인해 ‘범죄적 모험’에 휘말린 이들은 옳은 선택을 내려 범죄 행위 가담을 멈춰야 한다”며 와그너 그룹에 동조한 것으로 알려진 러시아군 설득에도 나섰다.
이에 프리고진은 이날 오후 “우리는 반역자가 아닌 애국자”라며 푸틴 대통령의 연설 내용을 정면 반박했다. 그는 “우리가 반역자라는 것은 대통령의 심각한 착각이다. 우리는 (적과) 싸워왔고, 지금도 싸우고 있다”며 “우리 중 누구도 대통령이나 FSB(러시아연방보안국) 또는 다른 누군가의 요구로 투항하거나 반란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