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보로네시시 인근 연료 저장소에서 화재가 발생한 모습. /소셜미디어

무장 반란을 일으킨 러시아 민간 용병 기업 와그너 그룹이 군사시설을 장악한 것으로 알려진 러시아 보로네시시 연료 저장소에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화재가 발생한 영상이 온라인에서 퍼지면서 당국이 “화재를 진압 중”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또 다른 점령지인 로스토프나도누에서는 한때 총성과 폭발음으로 주민들이 황급히 대피하는 영상도 떴다. 이밖에도 트위터 등에는 와그너 그룹에 항복하는 러시아 군인의 사진 등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24일(현지 시각) CNN에 따르면 알렉산더 구세프 보로네시 주지사는 이날 성명을 내고 “보로네시시 인근의 연료 저장소에서 화재가 발생해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세프 주지사는 “100명 이상의 소방관과 30대의 차량이 현장에 있다. 1차 보고에 따르면 부상자는 없다”고 성명에서 밝혔다. 화재의 원인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소셜 미디어에 올라온 관련 영상을 보면 화재 현장 인근에 최소 한 대의 군용 헬리콥터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영상을 보면 헬리콥터가 정유소를 주변을 날아다녔고, 갑자기 폭발음과 함께 불기둥이 솟아 오르더니 짙은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보로네시 인근 정유소에서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하는 모습. /트위터

와그너 그룹이 보로네시보다 앞서 점령한 로스토프나도누에도 한때 폭발음이 발생해 주민들이 황급하게 대피했다. 넥스타(NEXTA) 공식 트위터에 올라온 한 영상에는 로스토프나도누의 ‘남부군 사령부 본부’ 근처에 있던 주민들이 황급히 달려가는 모습과 이 매체 소속 특파원이 “폭발음이 났다”며 주민들과 함께 대피하는 장면이 담겼다. 당시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는 정확하게 알려진 바 없다.

이에 대해 러시아 국영 언론은 남부군 사령부 본부 밖에서 여러 발의 총성과 폭발음이 들렸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와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우리는 로스토프나도누에 진입해 총격 없이 남부군 사령부를 장악했다”며 “우리는 처음부터 포병과 헬리콥터의 공격을 받았지만 단 한 발도 쏘지 않고 통과했다. 우리는 징집병 한 명도 건드리지 않았고, 한 사람도 죽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로스토프나도누에서 폭발음을 듣고 황급히 대피하고 있는 시민과 특파원. /NEXTA 트위터

실제로 언론에 포착된 로스토프나도누 곳곳에는 와그너 그룹 소속 장갑차, 군용 트럭와 무장한 병사들이 도로를 점령하고 있었지만 비교적 평화로운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시민들은 장갑차를 구경하면서 인증샷을 찍는가 하면, 어린이들이 장갑차 위에 올라가도 무장한 남성들이 딱히 제지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와그너 그룹 소속 용병으로 보이는 군인들이 가게에서 물건을 사기 위해 줄을 서는 모습이 찍힌 영상도 소셜 미디어에 공유되기도 했다.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나도누의 한 거리에서 지역 주민들이 와그너그룹 소속 장갑차와 병사를 구경하면서 일부는 인증샷을 찍고 있다. /AFP 연합뉴스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나도누의 한 거리에서 와그너그룹 소속 장갑차 위에 어린이가 올라가 있지만, 병사는 이를 딱히 제지하지 않았다. /EPA 연합뉴스
러시아의 한 매장에서 물건을 사기 위해 줄을 서고 있는 와그너 그룹 소속 병사들. /온라인 커뮤니티

◇와그너 그룹에 맨손 투항한 러시아 군인 추정 사진도

보로네시주 국경 지역 검문소에서 와그너 그룹에 항복한 러시아 군인으로 추정되는 이들의 사진도 트위터에서 확산되고 있다. NEXTA도 트위터 등을 통해 이 사진에 대해 보도했다. 군복을 입은 남성들이 무기를 들지 않은 채 차렷 자세로 도열하고 있는 모습이다. 다만 이 사진의 경우 진위 여부가 정확하게 확인되지는 않았다.

보로네시 인근 국경 지역 검문소에서 와그너그룹에 항복한 러시아 군인들로 추정되는 사진이 소셜 미디어에서 퍼지고 있다. /트위터

한편, 구세프 주지사는 바그너그룹의 군용 차량 등이 보로네시를 통해 이동 중이라며 올라온 다수의 영상은 가짜 영상이라고 밝혔다고 NBC는 전했다.

구세프 주지사는 텔레그램을 통해 “현재 보로네시 지역을 통해 군사 장비, 차량 등이 이동하고 있다는 신뢰할 수 없는 정보들이 소셜 미디어에 게시되고 있다”며 “국가의 상황을 불안하게 만드는 데 관심이 있는 사람들의 도발에 굴복하지 말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