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투아니아와 우크라이나, 벨라루스는 모두 구(舊)소련에 속했던 나라다. 그러나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이들 국가들은 서로 다른 길로 갔고, 이는 세 나라의 운명을 갈랐다. 리투아니아와 벨라루스가 특히 그 대척점에 있다.

그래픽=송윤혜

리투아니아는 1990년 구(舊)소련에서 독립 후 서방의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모델로 삼아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이를 통해 14년 만인 2004년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등 다른 발트해 연안 국가와 함께 EU와 NATO에 동시 가입했다. 당시 집권 1기에서 2기로 넘어가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를 ‘나토 동진(東進)’의 일부이자, 러시아의 지역 패권 복구 시도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인식하고, 리투아니아에 대한 군사적 위협 등을 해왔다.

리투아니아는 이후 러시아의 영향력에서 탈피하는 데 진력을 기울였다. 리투아니아는 소련 시절 구축한 행정 및 사회 기반 시설로 인해 러시아에 의존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를 뒤집기 위해 달리아 그리바우스카이테 리투아니아 전 대통령은 2009년 취임 직후부터 에너지 수입국을 다양화하는 노력에 나섰다. 또 2015년 유로화 사용을 시작하며 EU 경제권으로 완전히 통합, 러시아의 경제적 영향력에서도 벗어났다. 덕분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두 달 만인 지난해 4월, 리투아니아는 EU 회원국 중 가장 먼저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완전히 중단하고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에 적극 참여할 수 있었다.

반면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이 1994년부터 30년째 집권하며 친러 정책을 펼쳐온 벨라루스는 지금 ‘러시아의 종속국’이나 다름없는 처지가 됐다. 2020년 기준 벨라루스의 러시아산 원유와 천연가스 의존도는 각각 90%와 100%에 달한다. 네덜란드 클링엔달 국제관계연구소는 ”러시아 에너지에 대한 높은 의존도가 (벨라루스의) 경제적, 정치적 종속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벨라루스는 안보 역시 러시아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이로 인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로로 자국 영토를 내어주고, 러시아 군용기의 자유로운 이·착륙도 허용하고 있다. 러시아는 5월 벨라루스에 전술핵까지 배치한다고 발표하며 ‘러시아 군사 기지화’를 공고히 하는 상황이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24일 러시아에서 바그너 용병단의 반란이 발생하자 푸틴 대통령 대신 용병단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과 협상, 반란 중단의 대가로 그를 벨라루스로 받아들이기로 하는 등 푸틴의 ‘충복’ 역할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