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민간 용병 단체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26일(현지시각) 이틀 간의 잠행을 멈추고 자신의 무장 반란을 변호하는 메시지를 내놨다. 그는 지난 24일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의 중재로 모스크바 진격을 중단한 뒤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나도누에서 사라졌고, 이후 계속 침묵하면서 행적이 묘연한 상태다.
그는 이날 오후 4시경 자신의 소셜미디어(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공개한 약 11분간의 오디오 메시지를 통해 “우리는 러시아 지도부를 전복시키려 행진한 것이 아니다”라며 “우리가 모스크바를 향해 나아간 목적은 바그너 용병단의 해체 시도에 항의하고, 수많은 실수로 특수 군사 작전(우크라이나 침공)을 망친 이들을 심판하기 위해서였다”고 주장했다. 이번 반란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아닌,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 장관을 비롯한 군부를 겨냥했다는 것을 재강조한 것이다.
프리고진은 러시아 방위군과 교전이 발생했던 것에 대해선 “먼저 공격 받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행진 과정에서) 러시아 항공기를 공격했던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었다”며 “하지만 그들이 폭탄을 투하하고, 미사일 공격을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반란을 개시한) 지난 23일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바그너 용병 30여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또 “우리는 더 많은 러시아 병사들의 피를 흘리지 않기 위해 (행진을 멈추고) 돌아선 것”이라고 강조했다.
프리고진은 이와 함께 “(러시아 정부가) 7월 1일에 바그너를 해체하고 국방부에 통합하기로 한 결정에 절대적으로 반대한다”며 “휘하 지휘관들이 러시아 국방부와 재계약하기를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바그너 용병단 중) 1~2%의 소수 병력을 빼고, 대부분이 러시아 국방부와 다시 계약하는데 동의하지 않았으며, 이는 (우리 전투원들이) 전선에서의 실제 상황 경험을 통해 (러시아군의 지휘를 받을 경우) 전투력을 완전히 상실하게 될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오디오 메시지에서 자신이 현재 어디에 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벨라루스 대통령실은 반란이 중단된 24일 저녁 “루카셴코 대통령과 합의에 따라 프리고진은 벨라루스로 와 신변을 보장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후 프리고진이 벨라루스로 향했다는 소식은 나오지 않고 있다. 트위터 등 소셜 미디어 상에는 “프리고진과 바그너 용병 일부가 벨라루스로 가 (러시아가 배치한) 핵무기 저장소의 경비 업무를 맡게 될 것”이라는 미확인 소문이 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