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병 집단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변장한 사진.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하고 있다. 러시아 보안 당국이 프리고진을 모욕할 목적으로 이 사진들을 유출했다는 주장이 나온다. 가디언 등은 “이 사진들이 조작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도했다 /트위터

최근 반란에 실패한 러시아 용병 집단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행방이 미궁에 빠졌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6일(현지 시각) 기자회견에서 “프리고진은 더 이상 벨라루스에 있지 않다. 이날 오전까지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었지만, 지금은 아마 모스크바나 다른 곳으로 갔을 것”이라고 밝혔다.

루카셴코는 지난달 24일 프리고진의 반란 당시 ‘프리고진이 러시아를 떠난다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프리고진을 반란 혐의로 처벌하지 않겠다’는 합의를 이끌어냈었다. 반란 사흘 뒤인 27일엔 “(합의대로) 프리고진이 벨라루스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다가 9일 만에 프리고진이 벨라루스를 떠나 러시아로 갔다고 하자 큰 혼란이 일고 있다. 루카셴코는 별다른 증거를 제시하진 않았는데 그의 말대로면, 프리고진과 루카셴코 모두 합의를 깬 것이다.

프리고진이 러시아에 있다고 해도 ‘푸틴의 요리사’라 불리는 충복이었다가 배신한 그가 러시아 곳곳을 활보하는 게 가능하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이에 7일 영국 일간 가디언은 그의 변장술 때문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러시아 보안 당국은 지난 5일 프리고진의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자택을 급습해 옷장에 수북이 쌓인 가발과 개인 앨범 속 프리고진의 변장 사진들을 확보했다. 금발 가발, 갈색 수염 차림의 프리고진 추정 인물이 카피예(아랍 남성들의 두건)를 착용하고 찍은 ‘셀카’ 사진들은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 확산되고 있다.

가디언은 사진 속 가발이 옷장에 진열돼 있던 가발과 일치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이 사진들의 진위는 알 수가 없다. 그가 대역을 쓰면서 행적을 감추고 있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미 국방부 관계자를 인용해 “프리고진이 행적을 감추기 위해 대역 배우를 쓰기 때문에 그가 정말 벨라루스에 있었는지 불확실하다”고 전하기도 했다.

푸틴이 프리고진의 행방을 알면서도 일부러 건드리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는 상황에 사실상 러시아의 주력 부대로 활동해온 바그너그룹 용병의 민심을 잃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맷 디믹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러시아·동유럽 담당 국장은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바그너그룹 도움을 얻으려면 프리고진이 바그너그룹에 직접 명령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프리고진의 행보에 관한 질문에 “정부가 이를 추적할 능력도 의지도 없다”며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