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한 동물원이 실제 곰 대신 곰 인형 탈 아르바이트를 쓴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곰이 두 다리로 서 있는 모습이 영락없는 사람의 모습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이 논란은 중국뿐만 아니라 여러 외신에서도 다룰 만큼 화제가 됐고, 급기야 동물원 측이 직접 사람이 아니라는 해명에 나서기에 이르렀다.
AP통신과 가디언, 더타임즈 등 주요 외신들은 31일 일제히 중국에서 불거진 ‘곰의 탈을 쓴 사람’ 논쟁을 보도했다.
논쟁은 소셜미디어에 중국 항저우 동물원에서 촬영된 말레이시아 태양곰(말레이곰) 사진이 퍼지면서 시작됐다. 사진 속 말레이곰 뒷모습이 사람처럼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사진을 보면, 일반적으로 연상되는 곰 모습과는 거리가 있다. 곰이 가느다란 두 다리로 땅을 딛고 직립보행 하듯 서 있다. 곰의 엉덩이 부분이 마치 곰 인형 탈이 구겨진 것처럼 주름져 있다.
현지에서부터 시작된 논쟁은, 점차 전세계 네티즌 사이로 확산했다. 네티즌들은 “서 있는 모습 뒤 주름은 어떻게 해명할 거냐” “진짜 사람이 곰의 탈을 쓴 것처럼 생겼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다만 현지 네티즌 사이에서는 “요즘 곰을 키우는 것보다 사람을 고용하는 게 더 비싼데 말이 되냐”는 의견도 나왔다.
그간 일부 중국 동물원에서 개를 염색해 늑대나 아프리카 고양이처럼 보이도록 하거나, 당나귀에 선을 그어 얼룩말처럼 보이도록 한 전적이 있었기에 의혹은 더욱 커졌다. 2019년에는 장쑤성 창저우시의 동물원이 직원들에게 고릴라 탈을 쓰라고 지시했던 사실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논란이 커지자, 항저우 동물원 측은 해명에 나섰다. 동물원 측은 곰 입장에서 쓴 듯한 소셜미디어 게시물에서 “일부 사람들은 내가 인간처럼 서 있다고 생각하는데 날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라고 했다.
실제로 말레이곰은 일반적인 곰과는 생김새가 다소 다르다. 몸길이 약 1.5m, 몸무게 20~80㎏로 곰과 동물 중 가장 작다. 성인 인간 몸집과 비슷한 수준이다. 또 항저우 동물원에서 찍힌 영상을 보면, 말레이곰이 마냥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코와 입 부근의 얼굴 근육이 미세하게 흔들리고, 울대가 움직인다.
이와 관련, 항저우 동물원 관계자는 언론에 “여름에는 기온이 40℃까지 올라가는데, 만일 사람이 곰 의상을 입었다면 더위 때문에 몇 분 안에 쓰러지게 될 것”이라며 “말레이곰은 흑곰이나 불곰보다 체격이 날씬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