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전쟁 비용이 치솟자 러시아가 올해 국방 예산을 2배 가까이 늘렸다.
4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은 러시아 정부 문건을 입수해 “러시아의 새로운 2023년 연간 국방 예산은 9조7000억루블(약 134조원)로 책정됐다”고 단독 보도했다. 당초 국방 예산이 4조9800억루블(약 69조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2배가량 증액한 셈이다. 이는 전체 공공 예산 (29조500억루블·400조)의 3분의 1에 달하는 수준으로, 최근 10년 이래 가장 높다. 러시아의 지난 2011~2022년 전체 예산 대비 국방 예산은 13.9%에서 23% 사이였다.
문건에 따르면 올 상반기 러시아는 이미 국방비로 5조5900억루블(약 77조원)을 지출했는데, 이는 전체 지출액(14조9700억루블)의 37.3%에 달했다. 기존 연간 국방 예산을 12%가량 초과했다. 새로운 연간 국방 예산액을 기준으로 해도 상반기에만 이미 약 57%를 써버린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러시아의 이러한 국방비 지출이 올해 러시아의 경제 회복을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데니스 만투로프 러시아 부총리는 지난달 “올해 매달 생산하는 군수품 규모가 2022년 전체 생산량보다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방비 비중이 커지면서, 교육과 의료, 교통 분야 지출 등 다른 부문의 예산도 삭감이 불가피하다. 러시아의 투자 전문가는 “군사 산업은 성장하고 있지만, 민간 산업은 다시 둔화하고 있다”고 했다. 한 러시아 경제학자는 “군사 산업에서의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선 결국 경제의 다른 부문에서 더 많은 인력을 끌어와 투입해야만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예산 지출이 증가함에 따라 인플레이션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로이터는 전망했다. 러시아중앙은행은 7월에 금리를 8.5%로 인상했다. 은행은 또 올해 GDP 성장률을 1.5~2.5%로 전망했다. 지난 4월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러시아 성장률을 0.7%로 예상하면서 국제적 고립 상태로 향후 몇년간 러시아 경제 전망은 좋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