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관광지 하와이 마우이섬에서 사흘째 산불이 확산하는 가운데 10일(현지시간) 서부 해변 마을 라하이나가 잿더미로 변해 있다. 전날 밤 마우이 카운티 당국은 이번 화재로 인한 사망자 수가 36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AP 연합뉴스
10일(현지시간) 산불로 까맣게 타버린 미국 하와이 마우이섬 라하이나에서 주민들이 걷고 있다. 이날 조시 그린 하와이 주지사는 사흘간 이어진 산불로 "라하이나의 약 80%가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AFP 연합뉴스

60여년만의 최악의 산불로 그야말로 잿더미가 된 하와이 마우이섬의 화재 피해 규모가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피해가 가장 극심한 라하이나 지역에서만 여의도 면적의 3배 규모의 면적(2170에이커)이 불에 탄 것으로 파악됐다. 최소 80명이 사망하고, 실종자는 집계조차 어려운 가운데, 재건 비용에만 7조원 이상이 들 것으로 전망된다.

12일(현지 시각) 미국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마우이 카운티가 공개한 태평양재해센터(PDC)와 미 연방재난관리청(FEMA)의 산불 피해 조사 결과 전날(11일) 기준 라하이나 지역에서 불에 탄 건물이 2207채이며, 화재 영향을 받은 건물은 2719채로, 그중 86%가 주택, 9% 상업용 건물이었다.

불에 탄 면적은 총 2170에이커(8.78㎢)로 추산됐다. 이는 여의도 면적(2.9㎢)의 약 3배에 달한다. 이 수치는 주요 피해 지역인 라하이나만 평가한 것으로, 섬 내에서 산불이 진행 중인 다른 2곳을 포함하면 피해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비상대피소가 필요한 주민은 4500명으로 집계됐다. 이 지역의 재건에 필요한 비용은 55억2000만달러(약 7조3500억원)로 추산됐다. 조시 그린 하와이 주지사는 라하이나 화재로 도시의 약 80%가 파괴된 것으로 추정하며 “우리가 본 것은 하와이 주 역사상 가장 큰 자연재해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당국에 따르면 산불로 인한 사망자는 현재까지 80명으로 집계됐다. 정부 당국은 수색 대원들이 실종자 수색, 구조 작업을 진행 중이며 이에 따라 사망자 수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실비아 루크 하와이 부지사는 CNN에 “마우이 카운티 당국은 사망자 집계를 계속하고 있으며 사망자 수가 계속 증가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관계당국은 실종자 수에 대한 정확한 추정치를 내놓지 않고 있다. 존 펠티어 마우이 카운티 경찰서장은 취재진에 “현재로선 솔직히 (실종자가 얼마가 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미국의 정전현황 집계사이트 파워아우티지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기준으로 마우이섬의 4498가구가 정전 상태다. 당국은 수돗물이 오염된 상태이므로 사용하지 말라고 주민들에게 경고했으며, 통신 서비스가 제한적으로 제공되고 있으므로 통화 대신 문자메시지만 이용하라고 당부했다.

11일(현지시각) 미국 하와이 마우이 라하이나에서 마을 대부분이 산불로 불에 타 불탄 집과 건물이 폐허로 남아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12일(현지시각) 산불로 인한 심각한 피해를 입은 미국 하와이 라하이나에서 구조대원들이 거리를 걷고 있다. /AP 연합뉴스

11일 오후 기준 산불 진압 현황을 보면 서부 해안 라하이나 지역은 85%, 중부 해안인 풀레후·키헤이 지역은 80%, 중부 내륙인 업컨트리 지역은 50% 진압된 것으로 보고됐다. 현재 라하이나로 진입하는 주요 고속도로에 폐쇄, 재개통이 반복되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마을로 진입하려다 막히자 도로에서 잠을 자야 했고, 교통 정체도 극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불 당시 화재 경보 시스템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하와이는 자연재해 등 재난 경고용으로 섬 전체에 약 400개의 사이렌을 배치하고 있지만, 라하이나 산불 생존자들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어떤 사이렌도 들리지 않았고 화재 현장을 직접 목격하거나 폭발 소리를 듣고 나서야 위험에 처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하와이 비상 관리 기록에 따르면, 지난 8일 산불이 발생했을 당시 경고 사이렌이 울린 정황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전으로 인한 통신 차단으로 사이렌이 울리지 않았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현재 미국 정부는 산불 피해 복구를 위해 FEMA, 보건복지부, 주 방위군을 등 12개 이상의 연방 기관을 하와이로 파견했다. 하와이 마우이섬 화재는 1960년 빅아일랜드에서 쓰나미 사태로 61명이 사망한 사건 이후 하와이주에서 가장 치명적인 피해를 낳았으며, 최소 85명이 사망한 2018년 캘리포니아 화재 사태 이후 가장 피해가 큰 산불로 평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