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7세가 된 스페인 펠리페 6세 국왕의 장녀 레오노르 데 보르봉 공주가 최근 스페인 육군사관학교에서 총 3년으로 예정된 특별 군사 훈련을 시작했다고 20일(현지 시각) 스페인 현지 매체들이 보도했다. 스페인 왕가는 직계 후손 중 왕자가 없어 레오노르 공주가 왕위 계승 1순위다. 미래의 ‘여왕’ 후보자인 셈이다.
레오노르 공주는 지난 17일 스페인 국왕 펠리페 6세와 레티지아 왕비, 여동생 소피아 공주의 배웅을 받으며 스페인 사라고사의 육사에 입교했다. 그는 입교 행사 직전 기자 회견에서 “열정을 갖고 훈련에 임하겠다”며 “약간 긴장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밝혔다.
입헌 군주국의 경우 국왕이 군 총사령관을 겸한다. 이 때문에 왕위 계승 가능성이 높은 왕족의 경우 군 경험이 필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또 국민들에게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모범을 보이는 측면에서 자원해 군 생활을 하는 경우도 많다. 마르가리타 로블레스 스페인 국방부 장관도 지난 3월 “레오노르 공주는 현재 군에 입대하는 수많은 여성 중 한 명”이라며 “적절한 과정(군 경험)을 거친 여성이 미래의 총사령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레오노르 공주는 최근 영국 웨일스에 위치한 UWC 애틀랜틱 칼리지에서 고등학교 과정을 마쳤다. 12세기에 지어진 유서 깊은 건물의 이 학교는 유럽 왕족부터 억만장자 자녀, 아프리카 난민, 동남아 무슬림까지 다양한 배경의 학생들이 뒤섞인 진보적 교육으로 유명하다.
레오노르 공주는 사라고사 육사에서 1년간 훈련을 받은 뒤, 내년에는 해군사관학교에 입교해 1년간 해군 교육을 받는다. 이 과정에서 스페인 해군 훈련선 ‘후안 세바스티안 엘카노’를 타고 해외 방문에도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마지막 1년은 공군사관학교에서 훈련을 받는다.
필리페 6세는 “이제 레오노르가 (전통을 이을) 차례”라며 “처음 며칠은 힘들겠지만 노력과 인내로 이겨낼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스페인 매체들은 “레오노르 공주가 즉위하게 되면 6대조 할머니 이사벨 2세 이후로 약 200년 만에 스페인의 여왕이 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