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민간 군사기업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전용기 추락 사망 사고는 지대공 미사일에 피격된 것이 아닌 폭발 사고였다는 초기 수사 평가가 나왔다.
러시아 일간 가제타는 25일 Shot 텔레그램 채널을 인용, “프리고진이 탑승한 비행기의 폭발 장치가 랜딩 기어 칸에 설치됐었다”며 이는 초기 조사 버전 중 하나라고 보도했다.
가제타는 당국의 예비 조사에 의하면 하늘에서 폭발이 발생한 곳은 랜딩 기어 쪽이었고, 결과적으로 날개가 찢어져 안정 장치를 손상시켰고, 이로 인해 비즈니스 제트기가 급격하게 상승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또 꼬리의 회전과 더불어 폭발적인 감압(압력 감소)으로 탑승자 전원이 폭발과 함께 의식을 잃는 바람에 조종사도 비상상황을 보고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추론했다. 신문은 어떤 상황에서도 날개와 안정장치가 손상을 입을 경우, 비행기를 제어할 수 없다고 전했다. 특히, 항공기의 꼬리 부분이 동체에서 5km 떨어진 것은 하늘에서의 폭발을 뒷받침한다고 했다.
미국 당국도 프리고진의 전용기 추락 사망 사고가 암살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추락 사고 직후 서방 언론과 정보관련자가 주장한 지대공 미사일에 피격된 게 아니라 기내에 설치된 폭탄 폭발에 의해 추락한 것으로 분석했다.
패트릭 라이더 미국 국방부 대변인도 25일 브리핑에서 “(프리고진이 탑승한 전용기 사고는) 지대공 미사일이 항공기를 격추했다는 믿을 만한 정보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어떻게, 왜 추락했는지 더는 정보가 없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들도 미국과 영국 정보·군사 전문가들의 분석을 종합해 기내에 설치된 폭탄 폭발로 인한 암살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NYT는 익명을 요구한 수사관들의 말을 인용, “항공기 뒤쪽 화장실 근처에 설치된 1~2개의 폭탄이 터졌을 것”이라고 전했다.
NYT는 비행 추적 사이트 플라이트 레이더 24와 전문가 의견을 토대로 비행 자료와 영상을 분석한 결과 프리고진이 탄 전용기가 추락하기 몇 분 전에 적어도 한 차례 치명적인 사건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앞서 프리고진이 탑승한 비행기는 23일 저녁(현지시각) 모스크바 공항을 이륙, 상트페테르부르크로 향하던 중 트베리 지역에 추락해 프리고진과 바그너 창설 멤버 등 탑승자 10명 전원이 사망했다. 이 중 3명은 승무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