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대선 결과를 번복하기 위해 광범위한 외압을 행사했다가 ‘조직범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4일 저녁 7시 30분쯤(현지 시각·한국 시각 25일 오전 8시30분) 조지아주 풀턴 카운티 구치소에 자진 출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짧은 시간 구치소에 머문 뒤 곧바로 풀려났고, 풀턴 카운티 보안관실은 P01135809란 수감자 번호와 함께 이날 촬영된 머그샷(범인 식별용 사진)을 공개했다. 전직과 현직을 막론하고 미국 대통령이 머그샷을 촬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구치소 기록에 트럼프의 키는 6피트 3인치(약 192cm), 몸무게는 215파운드(약 97.5kg)로 적혀 있는데, 의회 전문 매체 더 힐은 “트럼프의 도착 전에 키와 몸무게가 기입된 것으로 보아 스스로 밝힌 수치 같다”고 전했다.
로이터 통신은 “4건의 기소는 대선 후보로서 트럼프의 입지를 훼손하기는커녕 공화당 유권자들 사이에서 그의 입지를 강화해주기만 했다”며 “트럼프의 적과 지지자들이 똑같이 그 (머그샷) 이미지를 돌려볼 것”이라고 했다. 공화당원인 로라 루머(30)는 이 통신에 “그것(머그샷)을 티셔츠에 넣고 싶다. 세계적으로 퍼질 것이고 모나리자보다 더 유명한 이미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여름 동안 머물고 있는 뉴저지주 베드민스터 골프 클럽을 출발해 ‘트럼프(TRUMP)’라고 커다랗게 적힌 개인 전용기를 타고 조지아주로 이동했다. 형사 피고인이지만 전직 대통령으로서 받는 비밀경호국(SS) 경호에는 차이가 없기 때문에 그가 뉴저지주 뉴어크 공항으로 이동하는 동안과 조지아주 애틀랜타 공항에 내려 구치소로 향하는 동안 길목마다 경찰 모터사이클과 차량 행렬이 길게 이어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개인 전용기를 타고 애틀랜타 공항을 떠나기 전 기자들에게 “이곳에서 일어난 일은 사법의 모조품(travesty)에 불과하다. 나는 아무 것도 잘못하지 않았고 모든 사람이 그것을 안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이 파니 윌리스 풀턴 카운티 검사와 20만 달러(약 2억6000만원)의 보석금 납부에 사전 합의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체포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만 구치소에 머무르고 뉴저지주로 복귀하게 됐다. 통상적으로 조지아주 구치소에 출두한 형사 피고인들은 신원을 확인하고 체중 측정 등 간단한 신체검사를 받은 뒤 지문을 날인하고 머그샷을 촬영한다.
지난 1일 풀턴 카운티의 팻 라밧 보안관은 “다른 지시가 없다면 우리는 통상적 절차를 따를 것이며 즉 상대가 누구든지 상관 없이 머그샷을 촬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도 예외 없이 머그샷을 촬영하게 된 것이다. 트럼프와 모의한 혐의를 받아 함께 기소된 18명 중 이미 구치소에 출두한 마크 메도스 전 백악관 비서실장,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등도 모두 머그샷을 촬영했고 그 사진이 공개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성추문 입막음 돈을 건넨 뒤 법률자문료로 허위 기재한 ‘기업문서 조작' 혐의로 지난 3월 뉴욕 맨해튼 지검에 기소된 며칠 후에도 맨해튼 형사법원에 출두해 공식적으로 ‘체포’된 바 있다. 다만 당시에는 머그샷 촬영 없이 바로 기소인부절차만 밟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진 출두하는 풀턴 카운티 구치소는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삼엄한 경계에 들어갔다. 구치소 주변에는 트럼프 지지 세력과 반대 세력이 모두 모였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무죄(Innocent)”, “트럼프가 선거에 승리했다”는 등의 문구를 내걸었고, 반대자들은 “그를 투옥하라(Lock him up)”, “트럼프는 범죄자다” 등의 문구를 내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