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민간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아들, 딸과 함께 작업한 동화책 삽화. (왼쪽부터) 주인공이 샹들리에 밖으로 떨어져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왕의 몸집이 너무 커져 백성을 통치할 수 없게 된 장면을 그린 것으로 추정된다. /모스크바타임스

러시아 민간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불의의 비행기 추락으로 숨진 가운데, 그가 약 20년전 출간한 동화책이 5000만원에 달하는 고가에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28일(현지 시각) 모스크바타임스와 가제타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프리고진은 2000년대 초반 ‘인드라구지크’라는 제목의 동화책을 썼다. 무명출판사 ‘아가트’를 통해 출판됐다. 프리고진이 아들, 딸과 함께 작업했다는 이 책은 약 2000부만 인쇄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판매보다는 지인들에게 선물하기 위한 용도로 출판됐다고 한다. 책 첫장에는 프리고진이 아내 및 아들, 딸과 함께 찍은 사진도 실려있다.

이 책은 프리고진이 비행기 추락으로 사망한 뒤 가격이 급격히 뛰어, 최근에는 중고 책 거래 사이트에 한 권당 360만 루블(약 5000만원)에 판매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프리고진이 지인들에게만 주로 배포한 만큼 기존가가 얼마였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가제타 등 현지 언론은 프리고진이 숨진 뒤 가격이 1000배 올랐다고 보도했다.

책 첫장에 실려 있는 프리고진 가족 사진. /모스크바타임스

책 판매자는 “이 책은 러시아 정치 엘리트만이 갖고 있는 희귀본이 됐다”며 “진정한 수집가들의 소장품이 됐고, 러시아 여러 유명 인사들이 소유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다만 현재 이 판매 글은 사라진 상태다.

한편 이 동화책은 극장의 샹들리에 안에 사는 소인 인드라구지크와와 누이 인드라지구 남매를 다룬 이야기다. 어느 날 인드라구지크와가 샹들리에 밖으로 떨어지게 되고, 집으로 돌아가려고 고군분투하는 과정이 담겼다.

후반부에는 자신의 왕국에 비해 몸집이 너무 커져 백성을 통치하게 될 수 없게 된 왕이 등장하기도 한다. 샹들리에가 사람의 몸집을 키울 수 있는 마법의 힘을 지녔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남매가, 소인 왕국의 왕을 도우려다 의도치 않게 왕을 거인으로 만들게 된 것이다. 이때 왕은 “내 백성들이 이렇게 작다면 내가 어떻게 그들을 다스릴 수 있겠는가. 실수로 그들을 파괴해 버릴 수도 있다”며 “이전으로 되돌려 달라. 작은 왕만이 이 왕국을 통치할 수 있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