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록펠러센터의 ‘LOVE’(사랑) 조각 앞에서 ‘로버트 인디애나 레거시 이니셔티브’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 단체는 LOVE의 작가 로버트 인디애나(1928~2018)의 작품들을 보전하기 위해 설립됐다. /AP 연합뉴스

13일(현지 시각) 뉴욕 랜드마크 중 하나인 록펠러센터 빌딩 앞에 약 3.6m 높이의 거대한 알파벳 조각 ‘LOVE(사랑)’가 등장했다. 뉴요커들이 사랑하는, 뉴욕을 대표하는 조각이 약 4년 만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길 가던 사람들이 발길을 멈추고 환호하며 박수 치고, 배경으로 사진을 찍느라 분주했다.

‘LOVE’는 미국 팝 아티스트 로버트 인디애나의 작품이다. 알파벳 4개를 2단으로 쌓아 올리고, ‘O’ 자는 약간 기울였다. 철재를 빨간색과 파란색으로 칠했다. 원래 조각이 있던 곳은 6번 애비뉴와 55번가 교차로였다. 건널목 신호를 기다리다 손을 뻗으면 닿을 정도로 도로에 가깝게 설치돼 있었다. 조각은 해외 여행객들에게도 ‘인증샷 촬영’ 필수 코스였다. 그런데 2019년 갑자기 모습을 감췄다. 사람들이 조각상을 만지고, 큼지막한 글자 사이로 들어가 사진 포즈를 잡으면서 곳곳이 긁히고 칠이 벗겨지는 등 손상되는 부분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에 페인트칠을 새로 하는 등 보수를 거쳤다. 팬데믹 기간 동안 창고에 들어가 있던 조각품이 이날 다시 공개된 것이다. 다만 조각은 일단 이곳에 향후 6주 동안 전시되고 이후 어떻게 될지는 알려지지 않았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13일(현지 시각) 뉴욕 맨해튼 록펠러 센터 앞에 약 4년 만에 'LOVE' 조각상이 등장했다. 뉴욕커와 여행객들은 박수를 치며 사진 찍기에 바빴다. /윤주헌 특파원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원래 있던 자리보다 좀 더 대중에게 알려진 록펠러센터 앞으로 조각의 자리를 옮겼다. 이제 조각 주변엔 약 1m 높이 화단을 둘러쳤다. 뉴요커들 사이에선 “록펠러센터까지 한 방에 사진에 담을 수 있게 됐다”는 의견과, “무심한 듯 마주치던 이전 위치가 낫다”는 의견이 엇갈린다.

예술가 인디애나가 ‘LOVE’ 삽화 이미지를 만든 건 1964년으로, 초기 버전은 일부 녹색도 포함돼 있었다. 처음엔 손 카드 등에 그려서 친구나 동료들에게 나눠줬다고 한다. 이듬해 뉴욕 현대미술관이 인디애나에게 “크리스마스 카드 커버를 만들어 달라”고 의뢰해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 ‘LOVE’ 이미지를 활용한 조각은 1970년 인디애나폴리스에 처음 들어섰고, 뉴욕엔 1971년 센트럴파크에 설치됐다가 이후 55번가 교차로로 옮겼다. 인디애나는 수십 년 동안 비슷한 모양 조각을 50여 개 만들었고, 2018년 세상을 떠났다. 그의 말년은 ‘사랑’이란 상징과는 다소 거리가 멀었다. 2018년 그가 사망할 무렵 유산을 두고 저작권을 갖고 있는 업체들 사이에서 법적 분쟁이 일어나 편하게 눈감지는 못했다고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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