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대만을 가리켜 “중국의 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상하이에 대규모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는 등 친중(親中) 행보를 보여온 머스크가 중국의 대(對) 대만 원칙인 ‘일국양제(一國兩制·1국가 2체제)’를 지지하는 발언을 한 것이다. 대만 외교부는 “대만은 중국의 일부분이 아니다”라고 항의했다.

머스크의 이 같은 발언은 지난 13일(현지 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올인 서밋(All-In Summit)’ 글로벌 콘퍼런스에서 나왔다. 그는 화상으로 참여한 이날 콘퍼런스에서 “그동안 중국의 정책은 대만과 중국을 통일하는 것이었다”라고 말했다.

머스크는 “그들(중국)의 관점에서는 미국의 하와이처럼, 대만은 중국의 한 부분임에도 임의로 분리된 상태인데, 그렇게 된 가장 큰 원인은 미국 태평양 함대가 무력으로 통일 시도를 막아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국과 대만의 관계를 미국과 미국의 50번째 주(州)인 하와이에 빗댄 것이다.

대만 외교부는 반발했다. 우자오셰(吳釗燮) 대만 외교부장은 같은날 머스크가 인수한 엑스(옛 트위터) 계정에 “잘 들어라. 대만은 PRC(중국의 영문 약자)의 일부가 아니며, 절대 팔리지도 않는다”라고 썼다. 우 부장은 머스크의 엑스를 중국 정부가 공식 차단하고 있다는 점을 거론하며 “중국 공산당에도 엑스를 자국민에게 개방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도 비꼬았다.

머스크가 대만을 긁는 발언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작년 10월에는 대만을 홍콩처럼 중국의 특별행정구역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해 논란이 됐었다. 그는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대만을 위한 특별행정구역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며 “그들(대만)이 홍콩보다는 더 관대한 협정을 맺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감한 양안관계를 두고 중국의 역성을 드는 등 머스크가 중국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중국이 세계 최대의 시장이자 공장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테슬라 매출 25%, 생산 대수 52%를 차지하는 큰 시장이자 생산지다. 테슬라는 2020년부터 상하이 공장에서 전기차 양산에 들어갔고, 지난 5월에는 대용량 전기에너지 저장 장치인 메가팩 생산 공장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중국 네티즌 사이에서는 이런 친중 행보를 보이는 머스크를 ‘마거(馬哥·마씨 형)’라는 애칭으로 부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