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첨단 스텔스 전투기 F-35B가 본토 상공에서 비행하던 중 사라졌다. 실종 전투기는 레이더로 탐지가 안 되는 스텔스 기능으로 인해 소재 파악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전투기 기지 인근에서 잔해만이 발견된 상황이다.
AP 통신 등에 따르면, F-35B는 지난 17일(현지 시각) 오후 2시쯤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상공에서 비행 도중 돌연 종적을 감췄다. 조종사는 급하게 비상 탈출했고, F-35B는 그대로 사라졌다. 당시 전투기가 자동조종 모드로 비행 중이었기 때문에 조종사 탈출 뒤에도 한동안 계속 비행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조종사가 급하게 탈출한 이유에 대해서는 현재 조사 중이다.
미 공군과 연방항공국이 F-35B를 찾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지만, 사고 하루 뒤인 18일 저녁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 합동 기지에서 북동쪽 방향으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버지니아주 윌리엄스버그 카운티에서 제트기 잔해가 발견된 게 전부다. 이 잔해가 어느 정도 나왔는지, 실종 제트기 것이 맞는지 등에 대한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다. 제트기 추락 여부도 마찬가지로 밝혀지지 않았다. 찰스턴 합동기지는 성명을 통해 “복구팀이 잔해 현장을 수사 중이니 해당 지역 방문을 자제해달라”며 “복구에 돌입하면서 미 해병대에 사건 지휘권을 넘겨줬다”고만 전했다.
수사 당국은 F-35B에 스텔스 기능이 있어 레이더로 탐지가 되지 않기 때문에 비행경로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는 입장이다. 실종 직후 찰스턴 합동기지는 인근 주민들에게 실종 전투기 정보가 있다면 알려달라는 요청 글을 엑스(옛 트위터)에 올리기까지 했다.
F-35B는 기본형인 F-35A를 기반으로 해서 제작된 항공기로 미 해병대에서 주로 운용하며, 이륙 거리가 짧고 스텔스 기능뿐 아니라 수직 착륙 기능도 갖춘 기종이다. 최대 속도는 마하 1.6이며 항속거리 반경은 1660㎞, 전투행동 반경은 830㎞다. 대당 가격이 8000만달러(약 1060억원)를 상회한다. 제조사 록하드 마틴은 F-35 시리즈를 ‘세계에서 가장 진보된 전투기이자, 가장 치명적이고 은밀하게 생존 가능한 항공기’라고 설명한다.
이에 미국 대중은 물론, 정치권에서도 비판 여론이 쏟아지고 있다. 낸시 메이스 공화당 하원의원은 “어떻게 F-35를 잃어버릴 수 있나? 어떻게 추적 장치가 없을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소셜미디어에는 “중국이나 러시아가 이미 F-35B를 찾아서 보관하고 있으면 어떡하냐” “미국이 정말 이렇게까지 무능해진 건가” 등 현지 네티즌들의 글이 잇달았다. 러시아에 맞설 수 있도록 F-16 전투기를 공급해달라고 미국에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F-35 전투기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합성 사진을 올리며 이번 사태를 조롱하는 네티즌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