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때요, 참 쉽죠?” 복잡한 그림을 뚝딱 완성한 뒤 시청자들에게 이 같은 말을 건네는 모습으로 유명한 화가 밥 로스의 그림이 약 131억원에 매물로 나왔다. 현재까지 판매된 로스 작품 가운데 최고가인 것으로 알려졌다.
19일(현지 시각) 미국 미네소타주에 있는 화랑 ‘모던 아티팩트’에 따르면, 로스의 유화 ‘숲속의 산책’(A Walk in the Woods)이 985만 달러(약 131억원)에 판매되고 있다. 숲속의 산책은 로스가 그림을 그리며 진행한 PBS 방송 프로그램 ‘그림을 그립시다’(The Joy of Painting) 1화에서 약 30분 만에 그려낸 작품이다. 구불거리는 돌길, 푸른 연못, 노랗게 물든 나무 여러 그루 등 자연 풍경이 담겼다. 작품 왼쪽 하단에는 로스의 서명 ‘ROSS’가 고동색으로 선명하게 보인다.
이 작품은 ‘그림을 그립시다’가 방영될 시기 제작사에서 일하던 한 자원봉사자가 1983년 11월 자선 모금 행사를 통해 구매했다고 한다. 구매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당시 대부분 그림이 판매된 가격을 고려했을 때 100달러(약 13만원) 미만일 것으로 추정된다고 모던 아티팩트 측은 설명했다. 소유자였던 자원봉사자는 올해 초 그림 소유권을 모던 아티팩트 측에 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모던 아티팩트 소유주 라이언 넬슨은 “로스의 인기는 향수(鄕愁), 소셜미디어, 예술 작품 뒤에 가려진 인물에 대한 대중의 관심에서 비롯됐다”며 “(숲속의 산책은) 복제할 수 없는 특별한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한편 ‘그림을 그립시다’는 미국 공영방송 PBS에서 1983년 1월 11일부터 1994년 5월 17일까지 403회에 걸쳐 방영한 장수 프로그램이다. 국내에서는 EBS를 통해 전파를 탔다. 로스가 캔버스를 세워두고 그림을 그리는 게 프로그램 구성의 전부인데, 그가 완성된 그림을 두고 “어때요, 참 쉽죠?”라는 멘트를 날리는 모습이 유명했다. 로스가 그림을 그리며 편안한 목소리로 시청자에게 이런저런 말을 건네는 것도 호감을 산 요인 중 하나로 꼽혔다.
로스는 림프종 투병 끝에 1995년 53세 나이로 사망했다. 그러나 최근 ‘밥 로스가 남긴 명언’ 등을 제목으로 한 콘텐츠가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지면서 재조명됐다. 그가 과거 아내와 사별한 뒤 방송에서 했던 말들로 “어둠을 그리려면 빛을 그려야 합니다. 빛을 그리려면 어둠을 그려야 하고요. 어둠과 빛, 빛과 어둠이 그림 속에서 반복됩니다” “빛 안에서 빛을 그리면 아무것도 없지요. 어둠 속에서 어둠을 그려도 아무것도 안 보입니다” “꼭 인생 같지요. 슬플 때가 있어야 즐거울 때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저는 지금, 좋은 때가 오길 기다리고 있어요”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