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국왕 찰스 3세와 함께 프랑스를 국빈 방문한 커밀라 왕비의 연분홍색 의상이 화제다. 모자부터 코트, 드레스까지 모두 분홍색으로 맞춰 입었는데, 고(故)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연상시켰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생전 국외 순방 시 분홍색 옷을 자주 입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일(현지 시각) 영국 텔레그래프는 커밀라 왕비의 프랑스 국빈 방문 복장을 조명했다. 커밀라 왕비가 이날 파리 외곽 오를리 공항에 도착했을 당시 언론 카메라에 포착된 모습을 보면, 커밀라 왕비는 가방과 구두를 제외한 모든 의류를 분홍색으로 갖춰 입었다. 코트는 영국 디자이너 피오나 클레어가, 모자는 아일랜드 출신으로 런던에서 활동하는 모자 디자이너 필립 트리시가 제작했다고 한다.
왕실 가문은 국외 순방 시 옷 색깔에 의도적으로 의미를 내포하는 경우가 잦은 것으로 알려졌다. 텔레그래프는 “왕실 의상에 의미가 스며드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며 “특히 가문에 나이가 많은 구성원일수록 의상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노련하다”고 했다. 커밀라 왕비가 보통 크림색과 푸른색 코트·드레스를 자주 입었던 만큼, 이번 분홍색 패션에 의미를 내포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텔레그래프는 커밀라 왕비가 분홍색 옷을 통해 순방에 긍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자 했다는 시각을 내놨다. 이번 프랑스 방문은 찰스 3세 대관식 이후 첫 국빈 방문이자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껄끄러워진 양국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것인 만큼 중요한 의미가 있다. 특히 분홍색은 영국에서 ‘출발’을 의미한다고 매체는 설명했다.
커밀라 왕비의 의상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기리는 것일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실제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2014년 프랑스를 마지막으로 국빈 방문했을 때 연분홍색 투피스 정장을 입었다. 이번에 커밀라 왕비가 입은 드레스와 거의 흡사한 색이다.
공교롭게도 이날 찰스 3세 부부를 맞이한 엘리자베스 보른 프랑스 총리도 분홍색 상의를 입었다. 이에 매체는 “우연의 일치인지 비행기에서 내리면서 국왕과 왕비를 맞이한 보른 총리도 진한 분홍색 재킷을 입었다”며 “(이들은) 레드 카펫 위 바비 인형처럼 세련된 모임을 만들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