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울버햄프턴 구단이 공식 홈페이지에서 판매 중인 '우리들의 한국 남자' 티셔츠. /울버햄프턴

“Our Korean Guy(우리들의 한국 남자).”

최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울버햄프턴의 공식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이런 문구가 적힌 티셔츠가 판매되고 있다. 티셔츠에는 이 구단 소속 공격수 황희찬(27)의 사진 세 장과 함께 ‘Hee Chan Hwang’이라는 그의 영문명도 대문짝만하게 들어갔다. 맨체스터 시티 페프 과르디올라(스페인·52) 감독이 황희찬을 가리키며 한 인종차별성 발언을 ‘굿즈’로 낸 것이다.

논란이 된 발언은 지난달 30일 맨시티와 울버햄프턴의 경기 하루 전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나왔다. 프리미어리그 전승 행진을 이어가던 맨시티의 과르디올라 감독은 리그 하위권인 울버햄프턴을 상대로 겸양의 발언을 했다. 위협적인 선수들이 있다면서 몇몇 선수의 이름을 거론했는데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항상 울버햄프턴을 상대로 고전했으며 특히 최전방의 페드로 네투, 마테우스 쿠냐...그리고 ‘그 한국 남자(the Korean guy)’, 그들은 정말 정말 잘한다.”

울버햄프턴의 한국 국적을 가진 선수는 황희찬이 유일하다. 유럽 무대 통산 9년 차, 프리미어리그 3년 차이자, 한 나라의 국가대표 공격수로 월드컵 무대를 두 차례나 밟은 황희찬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고 ‘코리안 가이’라고 한 것인데, 발언 직후부터 무례한 발언, 인종차별적인 표현이라는 지적이 현지에서도 제기됐다.

하루 뒤 울버햄프턴의 코리안 가이는 맨시티의 골문을 갈랐다. 후반 21분 1대1로 팽팽한 상황에서 황희찬의 득점이 터졌고 이 골은 결승 골이 됐다. 6연승을 달리던 맨시티를 상대로 시즌 첫 패배를 안긴 것이다. 패배 후 과르디올라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상대팀이 아주 잘했습니다. 황(Hwang), 쿠냐, 네투 공격수들의 공을 붙잡는 능력, 드리블 실력은 환상적입니다.”

로이터는 이 경기 소식을 전하면서 “과르디올라 감독은 울버햄프턴의 주요 선수를 언급할 때 황희찬의 이름을 잊었지만, 이 ‘스페인 사람’은 이제는 그를 기억할 것이다”라고 비꼬았다. 과르디올라 감독의 국적은 스페인이다. 미국 매체 BVM스포츠는 이렇게도 진단했다. “이 사건은 유럽 축구계에 만연한 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잘 보여준다.”

울버햄프턴 구단은 황희찬의 득점 후 ‘The Korean Guy’라는 캡션을 단 황희찬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공유했다. 구단은 더 나아가 ‘우리들의 한국 남자’라는 문구를 적은 티셔츠까지 출시해 판매에 나섰다. 가격은 22파운드(약 3만6000원)다. 영국 현지에서는 ‘pep the korean guy’ ‘hwang hee-chan’ 등의 검색어가 구글 급상승 키워드로 올라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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