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영 매체가 항저우 아시안게임 육상 경기에서 각각 6번과 4번 트랙에서 달려 ‘6′ ‘4′ 스티커를 붙이고 있는 선수들의 포옹 사진을 삭제했다. 중국은 1989년 6월 4일 천안문 사건 언급이나 추도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이에 아시안게임에서 숫자 6과 4가 동시에 프레임에 담긴 사진을 삭제한 건 이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문제의 장면이 노출된 건 중국의 국경절인 지난 1일이다. 이날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육상 100m 허들 결승전 직후 금메달을 딴 중국 선수 린위웨이는 은메달리스트인 자국 동료 우옌니와 트랙 위에서 포옹을 나눴다. 두 선수가 달린 트랙 번호는 공교롭게도 각각 6과 4. 이에 두 선수는 골반 쪽에 이 같은 숫자가 적힌 스티커를 붙히고 뛰었고, 포옹하고 있는 사진에는 숫자 6과 4가 나란히 담겼다.
‘6·4′는 1989년 6월 4일 중국 당국이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민들을 유혈 진압한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는 이유로 중국에서는 검열 대상 중 하나로 꼽힌다. 홍콩이나 대만 등에서는 매년 6월 4일이 되면 천안문에서 시위하다 숨진 이들을 기리기 위해 6월 4일 오후 6시 4분에 촛불을 드는 식으로 ‘6·4′에 의미를 부여하지만, 중국에서는 언급이 아예 금지된다.
이 사진은 중국 관영 CCTV 웨이보 계정에 올라왔고, 즉각 현지 네티즌들의 반발을 샀다. 일부 네티즌은 이 종목 예선전에서 8번을 달았던 우옌니가 한국의 조은주 선수(9번)와 만나 악수하고 있는 사진을 언급하며 ‘1989′라는 연도까지 완성됐다고 지적했다. 현재 CCTV 웨이보에서는 해당 사진이 삭제된 상태다.
이를 두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당국이 천안문 사건 사진을 검열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SCMP는 “6/4라는 표현은 34년전 6월 4일 발생한 천안문 사태를 가리키는 일반적인 표현”이라며 “때문에 관련 표현은 중국 당국에 의해 빈번히 검열되고 삭제된다”고 전했다.
이번 일은 BBC와 CNN 등 여러 주요 외신에도 소개됐다. BBC는 “천안문 사건에 대한 논의는 중국에서 여전히 금기시되고 있으며, 당국은 인터넷에서 해당 주제에 대한 언급을 정기적으로 삭제하고 있다”며 “6번과 4번 스티커를 붙인 채 포옹하는 선수들 이미지가 검열됐다”고 했다. CNN은 “두 선수의 트랙 번호가 1989년 천안문 사태를 우연히 연상시켰기 때문에 사진을 검열한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 국경일인 10월 1일 이 같은 장면이 포착됐는데, 이날은 당국이 축하 행사에 방해가 될 수 있는 징후에 더욱 경계하는 민감한 시기”라고 했다.
한편 해당 경기에서 은메달을 딴 우옌니는 이후 부정 출발로 실격 처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