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의 한 가게 앞에 '소매 범죄자'라며 붙은 사진. 뉴욕은 최근 소매 범죄가 늘어나 골머리를 앓고 있다. /윤주헌 특파원

미국의 대형 유통업체 ‘타깃(target)’이 오는 21일 뉴욕 이스트 할렘 지점을 비롯해 샌프란시스코, 포틀랜드, 시애틀 등 전국 4개 도시 9개 지점의 문을 닫는다. 타깃은 지점 폐쇄 이유에 대해 “조직적인 좀도둑들이 계속 증가하면서 우리 직원들과 손님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이스트 할렘 지점은 2010년 지역 활성화를 위해 들어선 이후 주민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아왔던 곳이다. 지점 폐쇄 소식에 이 지역 주민들이 술렁이고 있지만, 뉴욕의 대표적인 우범 지역이라는 오명을 벗어나지 못한 탓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뉴욕시는 코로나 팬데믹이 끝난 후 좀도둑들이 곳곳에서 활개를 치고 다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이 ‘소매점 도둑 방지’ 계획을 지난 5월 발표했을 정도로 좀도둑 문제가 심각하다.

2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퀸스의 한 한인 소매점 입구에 붙어 있는 절도 용의자 사진. 보안 카메라가 포착한 사진 위에 ‘신발 도둑’이라고 적혀 있다. /윤주헌 특파원

뉴욕시에 따르면 소매(小賣) 범죄 관련 민원 접수는 2018년 이후 매년 증가 추세로, 특히 2022년은 전년 대비 44% 급증했다. 지난해 2만2000건 이상의 소매 범죄가 벌어졌고 이 중 30%는 327명의 상습범들이 저질렀다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 사태 때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되면서 자신의 얼굴을 가리고 도둑질을 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뉴욕에선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전까지 마스크·복면 착용이 불법이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소매업자들이 도둑을 막느라 고군분투하고 있다. 예컨대 뉴욕의 한 소매점 앞에는 ‘shop lifter(좀도둑)’라고 적힌 컬러 사진이 덕지덕지 붙어 있다. CC(폐쇄회로)TV가 포착한 좀도둑들의 얼굴 사진이다. 뉴욕의 일부 한인마트 입구에도 중년 여성의 사진과 함께 ‘신발 도둑!’이라고 적혀 있다.

뉴욕 맨해튼 곳곳에 있는 매장에 가보면 여러 물품들을 잠궈 놓고 파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좀도둑이 기승을 부리기 때문이다. /윤주헌 특파원

맨해튼 시내 곳곳의 약국 체인점 CVS에서는 치약, 칫솔, 건전지 등 각종 물품이 열쇠로 잠겨 있다. 구매를 원하면 직원에게 말해야 한다. CVS의 한 직원은 “부피가 작아 가방 안에 넣기 쉬운 물건들을 위주로 잠금장치 등 보안을 강화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에는 혼자 다니는 좀도둑뿐 아니라 조직화된 소매 절도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여러 명이 한꺼번에 들어와 가게 점원의 주의를 다른 곳으로 쏠리게 한 뒤 슬그머니 물건을 들고 나가는 식이다. 아예 대놓고 우루루 몰려와 훔쳐 가는 경우도 있다. 이들은 이렇게 훔친 물건들을 아마존, 이베이, 페이스북 등에서 판다. 뉴욕포스트는 “2021년 소매 절도범이 매장에 입힌 피해액이 1000억 달러(약 136조원)에 달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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