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살장으로 옮겨지던 출처 불명의 고양이들. /펑파이 웨이보

중국 칭다오 맥주 공장에서 불거진 위생 논란으로 먹거리 안전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한 업자가 고양이 1000마리를 불법 도살해 돼지고기나 양고기로 둔갑시켜 판매하려다 적발됐다.

25일 중국 관영 펑파이신문에 따르면, 지난 12일 중국 장쑤성 쑤저우 장자강의 한 도로에서 살아있는 고양이 1000마리를 이송하던 트럭이 중국 공안에 의해 가로막혔다. 공안이 트럭 이송을 제지한 이유는 지난 6일 들어온 현지 동물단체의 제보 때문이다. 당시 동물단체는 장자강의 한 도살장에서 수많은 고양이가 우리에 갇혀 울부짖는 것을 목격하고 신고했다.

이에 공안은 동물단체 협조 하에 6일간 도살장 진입로에 잠복했고, 현장에서 고양이를 운반하던 업자를 붙잡았다. 당시 이들은 대형 트럭에 고양이를 가둔 나무 우리를 층층이 쌓아 옮기고 있었다.

조사 결과 도살장 운영 업주는 고양이를 돼지고기나 양고기로 둔갑시켜 판매하려던 목적으로 이 같은 일을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동물단체 활동가 공젠은 펑파이뉴스에 “고양이 고기는 파운드당(약 450g) 4.5위안(약 830원)인데, 양고기는 파운드당 30위안(약 5500원)”이라며 “고양이 한마리당 약 4~5파운드 고기가 나온다. 업자는 고양이를 도살해 양고기 가격에 고양이 고기를 판매하려고 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광둥성의 한 도살장에서 '손질된' 고양이들이 발견됐다. /펑파이 웨이보

중국에서는 고양이 식용이 불법은 아니지만, 이처럼 둔갑된 상태로 판매할 경우 위생을 담보할 수 없다. 또 이 고양이들이 누군가의 반려묘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문제다. 공젠은 “이번에 발견된 고양이들은 품종이 다양했다”며 “이 중 털색과 체형이 완벽한 고양이도 많았다. 주인이 있는 애완고양이 일 수도 있다”고 했다.

현재 도살장에서 구조된 고양이는 현지 동물보호센터로 옮겨진 상태다. 건강상 문제가 있는 고양이들은 치료를 위해 센터에서 보호하고, 문제가 없는 고양이들에 대해서는 입양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동물단체는 유기를 막기 위해 정기적인 사후방문도 이어갈 계획이다. 펑파이뉴스는 “고양이들이 건강 여부 등에 따라 센터에 안전하게 머물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며 “자원봉사자들이 고양이들의 건강을 확인하고 먹이를 제공하며 관리 중”이라고 전했다.

한편 중국에서 고양이를 도살해 다른 고기로 둔갑시키려던 사례는 지난해 말에도 있었다. 당시 반려묘를 잃어버린 주인의 수색으로 이 같은 사실이 알려졌는데, 관둥성 포산의 도살장에서 손질된 고양이 수천마리가 발견돼 충격을 안겼다. 이 도살장 업자는 이미 관둥성 등지에 고양이 고기를 소시지와 케밥 등 각종 식용육으로 속여 판매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고양이를 잃었던 주인은 “이런 일을 원천 차단하지 않으면 ‘암시장’에서 계속 고양이 고기가 불법 유통되고, 결국 인간 건강에 해를 끼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