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가 지난 20여 년간 가자지구 지하 수십m에 설치한 길이 500km의 땅굴은 지상전을 앞둔 이스라엘군을 가장 힘들게 할 요소로 꼽힌다. 이스라엘군이 이곳에서의 하마스 대원의 매복 공격을 무력화할 이른바 ‘스펀지 폭탄’을 준비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25일(현지시각) 영국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터널 입구를 봉쇄하는 데 사용되는 화학 폭탄을 시험해왔다. 지난 2021년 이스라엘군이 가자 국경 근처 체엘림 군 기지 모의터널에 이 장치를 배치하는 모습이 목격된 바 있다.
이 화학 폭탄은 플라스틱 용기로 만든 특수 장치에 금속 칸막이로 두 액체를 분리해뒀는데, 이 금속 칸막이를 제거해 던지면 순식간에 액체들이 혼합되며 거품을 폭발시켜 급속히 팽창해 굳어지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렇게 터널 틈을 막을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이 폭탄은 취급법이 까다로워 일부 이스라엘 병사들이 시력을 잃기도 했다고 한다.
이 폭탄이 위력을 발휘한다면, 지하 땅굴에 매복해있는 하마스가 공격할 틈새를 봉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가자 지구 전역에 깊이 50~60m 지하에 설치돼 있는 공략 불가의 요새인 이 땅굴은 높이 1.5~1.8m, 너비 약 80㎝로, 총길이 50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상에서 미리 제조된 콘크리트벽과 천장으로 구축됐으며, 웬만한 폭탄은 충분히 견뎌낸다. 하마스는 땅굴 곳곳에 수일을 버틸 수 있는 무기와 식량, 각종 장비를 저장해뒀으며, 이스라엘 인질 중 일부를 데리고 있기도 하다.
이에 맞서 이스라엘 특수 공병대는 지상·공중 센서, 지표 투과 레이더, 터널 위치를 찾기 위한 특수 시추 시스템을 갖춘 터널 정찰 부대를 통해 지하 땅굴을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지하에서 열화상 기술을 활용해 시야를 확보한 특수 투시경과 지하의 극한 조건에서도 작동하는 무전기도 개발됐다.
지금까지 로봇과 드론은 지하에서 무선 신호가 저하돼 터널 탐색에 활용되기 어려웠다. 그러나 이스라엘 기업이 개발한 던질 수 있는 소형 드론 아이리스(IRIS)가 대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바퀴를 통해 구동되는 이 로봇은 영상을 통해 안전한 위치에서 장치를 작동할 수 있으며, 일부 장치에는 무기가 부착돼 적군이 발견되면 컨트롤러로 폭발물을 터뜨릴 수 있다. 또 계단을 오를 수 있고 건물이나 땅굴에서 군인이 조작할 수 있도록 설계된 초소형 전술 지상 로봇(MTGR)도 개발됐다.
웨스트포인트 현대전쟁연구소에서 시가전 연구를 맡고 있는 존 스펜서는 “지하 전투는 건물 내 전투보다는 수중 전투에 더 가깝다. 지상에서 사용되는 것들은 지하에서는 같은 방식으로 작동되지 않는다”며 “보고, 숨 쉬고, 길을 찾고, 공간을 지도로 표시하고, 통신하고, 무기를 배치하려면 특수 장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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