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8일 저녁(현지시각) “어젯밤 가자지구에 이스라엘 지상군이 추가로 투입되면서 하마스와 전쟁 2단계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지난 3주간 준비해 온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지상전’이 사실상 시작됐음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스라엘 전시비상내각은 그동안 하마스와 전쟁을 3단계로 치루겠다며, 그 2단계를 지상군이 가자지구에 들어가 하마스와 전투를 벌이는 것으로 정의해왔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도 네타냐후 총리의 발표 직후 “이스라엘이 지상군을 투입, 가자지구에 대한 침공(지상전)을 개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 베니 간츠 장관 등 전시비상내각 구성원들과 함께 한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전쟁의 첫번째 단계는 지상군이 최대한 안전하게 진입할 수 있게 하기 위한 대규모 공습 작전이었다”며 “(그 두번째 단계인) 가자지구 지상군 투입(incursion) 개시 결정이 전시비상내각과 안보 부처간의 만장일치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어서 “(첫번째 단계에서) 대량 학살을 저지른 수많은 테러리스트를 제거하고 이들의 군사 기반 시설을 파괴했으나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며 “이스라엘의 전쟁 목표는 하마스의 군사 및 통치 능력을 완전히 파괴하고, 인질들을 다시 집으로 돌려보내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전쟁은 이스라엘의 두번째 독립전쟁”이라며 “길고 힘든 전쟁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앞서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도 이날 오후 브리핑을 통해 “(어제부터 시작된) 우리 군의 공격으로 이스라엘이 전쟁의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20일 이스라엘 의회(크네세트)에 나와 “하마스와의 전쟁은 3단계로 치러질 것”이라며 1단계는 가자지구에 대한 공습, 2단계는 하마스 완전 제거를 위한 가자지구내 지상군 투입(지상전 개시), 3단계는 가자지구를 둘러싼 새 안보 현실 창출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는 1단계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고 했다.
갈란트 국방장관은 그러나 이날 브리핑에서 이스라엘군의 지상전 개시 여부에 대해 확답을 피했다. 네타냐후 총리 역시 “이스라엘군이 여전히 가자지구내에 있다”면서도 이번 작전이 본격적인 지상전 개시인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스라엘이 지상전 개시 여부에 대해 명확히 밝히지 않는 것은 지상전 개시로 민간인 피해가 급증하고, 주변국으로 확전이 우려된다는 국제 사회의 부정적 기류 때문으로 관측된다. NYT는 “네타냐후 총리나 이스라엘 군 당국자 모두 이번 작전을 ‘침공 개시’라고 공개적으로 설명하지 않았으나 이번 공격은 개전 이후 가자지구에 대한 가장 야심찬 ‘지상 침공’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편 네타냐후 총리는 기자 회견에 앞서 하마스에 잡혀간 인질 229명의 가족 대표들을 만났다. 인질 가족을 대표하는 ‘인질과 실종자 가족 포럼’은 이스라엘 정부에 가자지구에 억류된 인질과 팔레스타인 죄수를 교환하자고 요구한 상태다. 하마스는 지난 26일 이란 정부를 통해 인질 석방 대가로 이스라엘내 팔레스타인인 죄수 전원(6000명)을 풀어줄 것을 주장한데 이어, 이날도 정치지도자 야히아 신와르 명의의 성명을 통해 같은 제안을 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그러나 기자 회견에서 인질과 수감자 교환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채 “지상 군사작전이 인질 구출에 도움이 될 것이고, 작전 중에도 인질 석방을 위한 접촉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그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의 민간인을 대량학살하는 전쟁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이란과 튀르키예 등의 비판에 대해 “이스라엘군은 세계에서 가장 도덕적인 군대로, 민간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우리 군인들을 감히 전쟁 범죄로 비난하는 이들은 위선자이자 거짓말쟁이”라고 반박했다. 이어서 “진짜 전쟁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것은 민간인을 인간 방패로 사용하고, 병원을 테러 본부로 이용하며, 병원에 공급해야 할 연료를 전쟁에 쓰려 탈취하는 하마스”라고 주장했다. 또 “이스라엘은 야만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으며, 서방 세계의 동맹국들과 아랍 세계의 파트너들은 우리를 이해하고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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