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현지 시각)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에서 사람들이 이집트로 통하는 라파 국경을 통과하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 이날 가자지구 내 외국 여권 소지자와 부상자들의 이동을 위해 라파 국경 검문소가 개방됐다./AFP 연합뉴스

지난달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전쟁이 발발한 뒤 줄곧 가자지구에 갇혀있던 외국인들의 ‘탈출’이 본격화하고 있다. 2일 AP·AFP·미국의소리(VOA) 등 외신들에 따르면, 전날 가자와 이집트를 잇는 라파 국경 검문소가 개방돼 외국인(이중국적자 포함)과 일부 현지인 중상자가 이틀 동안 이곳을 통해 이집트로 빠져나갔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날 이집트로 향한 외국인 중에는 한국 교민 일가족 5명도 포함돼 있었다.

현재 가자에는 외국인이 7000여 명 체류하고 있으며, 하루 최대 500명씩 약 2주에 걸쳐서 가자에서 이집트로 향할 것으로 보인다. 500명은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합의한 하루 최대 허용 한도다. 부상 상태가 심각해 긴급 치료가 필요한 일부 가자지구 주민도 이곳을 통해 의료진에 인계된다. 개방 첫날에는 미국·영국·호주·독일 국적자 등 300여 명과 중상을 입은 현지 주민 70여 명이 이집트로 향했다.

전쟁 발발 후 라파 통로가 구호 차량이 아닌 민간인에게 개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쟁 발발 직후 외국인과 부상자들은 안전하게 격전지에서 대피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했지만, 하마스와 이스라엘 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하마스가 억류 인질 중 여성 4명을 풀어준 것 외에 가자를 빠져나온 민간인은 없었다. 그러나 인질 석방이 성사되도록 물밑에서 움직였던 카타르가 이번에도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이견을 좁히는 중재 역할을 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미국도 이스라엘 측에 라파 국경 및 주변 지역에 대한 공습 자제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사회는 이번 조치를 일제히 환영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일 “가자지구에 머물고 있는 모든 미국인이 며칠 동안 이집트로 떠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재 가자지구엔 미국 국적자 약 400명이 거주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제임스 클레벌리 영국 외무 장관도 “가자지구 내 영국인 200명이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현재 가자지구 의료 시설 3분의 1 이상이 환자를 돌보지 못하는 상태”라며 “이집트의 가자지구 부상자 수용 결정을 환영한다”고 했다.

가자지구와 이집트를 잇는 유일한 육로인 라파 검문소는 지난해 30만명에 육박하는 주민이 왕래할 정도로 비교적 자유롭게 운영되고 있었으나, 전쟁 발발 뒤 줄곧 폐쇄됐다가 2주 만에 구호품 차량 통행이 일부 허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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