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르헨티나의 재건이 시작됩니다. 역사적인 밤입니다.”
19일(현지 시각) 열린 아르헨티나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에서 당선된 하비에르 밀레이(53) 하원의원이 당선이 확정된 뒤 선거 캠프에서 벌인 연설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오후 10시50분 현재(현지 시각) 개표 99.3%가 진행된 가운데 ‘자유의 전진’ 하비에르 밀레이 하원의원이 55.7%, 현 집권 세력이자 페로니스트(대중영합주의자)인 ‘조국을 위한 연합’ 후보로 나선 세르히오 마사 경제장관이 44.3%를 득표하며 밀레이의 승리가 확정됐다.
밀레이는 수십 년간 지속된 페로니즘의 악영향으로 발생한 문제 중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것으로 인플레이션, 빈곤, 치안 불안 등을 꼽았다.
그는 “그들(현 집권 페로니스트)은 초인플레이션으로 향하는 파괴된 경제를 우리에게 남겨뒀다”며 “부채 문제가 있지만 우리는 아르헨티나를 다시 일으키고 앞으로 나아갈 결단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 정부는 지속 불가능한 공공 부문 적자를 충당하기 위해 중앙은행의 ‘돈 찍기’로 대응했고, 이에 아르헨티나 통화(페소화) 가치는 같은 기간 90% 이상 하락했다. 연간 물가상승률은 지난달 기준 142%에 달했고, 외화보유고는 바닥을 보이고 있다. 현 정부는 4년의 집권 기간 동안 민간 일자리를 늘리는 데 실패하면서 빈곤율이 35%에서 40%로 올라갔다
이에 밀레이는 경제난 타파를 위해 ‘최소 정부’ 컨셉의 정책을 들고 나와 표심을 사로 잡았다. 정부 부처 수를 줄이고 국영 기업을 민영화하며 대부분의 세금을 폐지하겠다고 했다. 이를 통해 현재 연간 GDP의 40% 수준인 보조금 및 복지 등 공공지출을 15%까지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또 중앙은행을 폐지하고 자국 통화인 페소화 대신 미국 달러화를 채택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는 “저는 약속을 이행하고 사유 재산과 자유 무역을 존중하는 정부를 원한다”며 “빈곤한 모델은 이제 그만”이라고 했다
선거 기간 내내 이 같은 공약들이 다소 급진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으나 밀레이는 이날 여전히 그러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상황은 극적이다. 점진주의나 절반 정도의 조치를 취할 여지는 없다”면서 “35년 후에 아르헨티나가 세계 강국이 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다만 밀레이가 정치에 입문한 지 2년 밖에 되지 않아 의회나 지방 정부 장악이 힘들다는 점에서 그가 말한 대로 급진적 국정 운영을 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런 점을 의식한 듯 밀레이는 다른 세력과 정치인들에게도 문을 열어놓았다는 점을 언급했다.
본선투표에서 탈락한 이후 밀레이 지지를 선언한 중도우파 제1야당 ‘변화를 위해 함께’의 파트리시아 불리치와 2015년 집권했던 유일한 중도우파 출신 대통령 마우리시오 마크리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밀레이는 “아르헨티나에는 미래가 있고 자유주의적”이라며 “아르헨티나인들에게 신의 축복이 있기를”이라고 외치며 연설을 마쳤다.
이날 승리한 밀레이는 별도의 대통령직 인수 준비 기간 없이 3주 뒤인 다음달 10일 취임해 곧바로 국정 운영을 시작한다.
정권을 내준 현직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아르헨티나 국민이 투표로 향후 4년 동안 국가의 운명을 결정했다”며 당장 다음날부터 정권 이양을 준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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