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넘게 중국에 구금 중인 한국 축구 국가대표 손준호(산둥 타이산) 선수에 대해 중국 당국은 “법에 따라 사건을 처리하고 있다”고만 말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손준호 석방을 요구한 데 따른 대답이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3일 정례 브리핑에서 클린스만 감독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자 “관련 당사자(손준호)는 비국가공작인원(비공무원) 수뢰죄로 법에 의거해 체포됐다”며 “사건의 구체적인 상황은 중국의 주관 부문에서 확인해 보라”고 했다.
마오 대변인은 “중국은 법치국가”라며 “법에 따라 엄격하게 사건을 처리하고 있고, 마찬가지로 법에 따라 당사자의 각종 합법적 권익을 보장하고 있다”고 했다. 중국 법에 따라 손준호 사건이 처리될 것이며 한국대표팀 감독이 간섭할 사안이 아니라고 선을 그은 것이다.
중국 프로축구팀 산둥 타이산에서 활동하던 손준호는 지난 5월 중국 상하이 훙차오공항에서 귀국하려다 중국 공안에 연행됐다. 이후 랴오닝성 차오양 공안국의 조사를 받았다. 중국 공안은 지난 6월 그의 형사 구류 기한이 만료되자 구속 수사로 전환했다.
손준호에게 적용된 비국가공작인원 수뢰죄는 민간인이 자신의 직무와 관련해 타인으로부터 재물을 불법 수수한 경우 등에 적용된다. 스포츠 선수의 경우 경기와 관련해 부정한 요청을 받고 금품을 받은 경우 이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현지 매체들은 손준호가 속한 타이산 팀의 하오웨이 감독과 선수들이 승부 조작 등의 혐의로 당국의 조사를 받는 점에 주목해 손준호에 대한 공안 조사도 이와 관련 있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손준호가 5년 이상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은 우리나라와 달리 변호사가 당사자가 아닌 제3자에게 수사와 관련한 구체 사항을 알릴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손준호의 정확한 혐의는 확인되지 않았다.
클린스만 감독은 22일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중국과의 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후 “손준호에 대한 희소식이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날아오길 희망한다”며 “아직 정확한 혐의가 밝혀지지 않았기에 중국 정부가 나서 손준호가 하루빨리 가족 품으로 돌아왔으면 한다”고 했다.
한국 정부 역시 불구속 수사를 요청하고 있지만, 중국 당국의 움직임은 없는 상황이다. 축구협회는 지난 6월 경영본부장과 변호사를 중국에 급파해 손준호 지원에 나섰으나 별다른 소득 없이 귀국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지난 9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손준호 가족들도 대단히 안타까워하고 있고, 이 문제가 빨리 해결될 수 있도록 외교부가 재외국민 보호 차원에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영사 조력, 변호인 접견을 할 수 있도록 협의했다”고 말했다.
중국의 구속 수사는 최장 7개월까지 가능하다. 손준호는 이미 6개월 넘게 구금되어 있다. 공식적으로 그를 수사할 수 있는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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