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러시아의 접경인 중국 옌볜에서 야생 백두산 호랑이와 동북 표범이 같은 장소에 일주일 연속 출몰했다. 백두산 호랑이와 동북 표범 모두 영역 의식이 강해 같은 장소에 나타난 건 매우 이례적이다. 전문가들은 먹잇감이 풍부해져 서로의 영역 침범을 용인하게 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1일 연변라디오TV 등에 따르면, 백두산 호랑이가 모습을 드러낸 건 지난달 20일 중국 지린성 옌볜자치주 훈춘시 반스진의 인근 마을에서다. 당시 몸길이 2m 정도의 백두산 호랑이 한 마리가 주위를 살피며 도로를 어슬렁거리는 모습이 CCTV에 포착됐다.
이로부터 일주일 뒤인 27일, 같은 장소에 동북 표범이 나타났다. 표범 역시 유유히 걸으면서 먹이를 찾아다니는 모습이 CCTV에 담겼다. 이에 현지 경찰은 야생 호랑이와 표범이 먹잇감을 찾기 위해 민가에 출현할 수 있다며 경고 안내판을 세우고 사고 예방과 안전에 유의하라고 공지했다.
백두산 호랑이와 동북 표범은 모두 영역 의식이 강해 이번처럼 짧은 간격으로 같은 장소에 출몰하는 일은 드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야생동물 전문가들은 그럼에도 두 맹수가 한 곳에 연속 출몰했던 이유는 먹잇감이 풍부한 환경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 전문가는 “야생 호랑이와 표범은 영역 의식이 강해 같은 장소에 출몰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며 “이는 생태 환경 개선에 따라 서식 및 생존 공간이 양호해진 영향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편 최근 들어 중국 동북 지역 민가에서 호랑이와 표범 등 야생동물 출몰 소식이 잇달아 전해지고 있다. 지난달 8일과 9일 헤이룽장성 하얼빈시 이란현 다롄허진 농촌 마을에 야생 백두산 호랑이가 연속 출몰했다. 당시 호랑이가 소 2마리를 물어 죽이면서 주민들은 불안에 떨었다. 같은 달 23일에는 헤이룽장성 자무쓰시의 하이칭 파출소 CCTV에 얼음이 언 우수리강을 가로질러 밀림 속으로 사라지는 호랑이 모습이 포착됐고, 29일에는 무단장시 쑤이양의 한 야산에서 호랑이가 산림 작업을 하던 인부들에게 목격됐다.
이처럼 북한과 러시아 접경의 헤이룽장성과 지린성 등 동북 지역에서 야생 호랑이와 표범 등이 자주 출몰하는 이유로 험준한 산맥이 있고 큰 강이 흘러 서식지로 삼기 용이하다는 점이 꼽힌다. 현재 중국 당국은 백두산 호랑이와 동북 표범이 각각 60여 마리 서식하는 것으로 파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