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일시 휴전 사흘째인 지난달 26일(현지 시각) 한 이스라엘 군인이 가자지구 중심부 살라흐 알딘 도로를 통해 남쪽으로 대피하는 팔레스타인인들을 바라보고 있다./AP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이슬람 무장 단체 하마스에 대한 궤멸 의지를 밝힌 이스라엘 국내 담당 정보기관 신베트 최고 책임자의 육성 메시지가 현지 언론에 공개됐다. 이스라엘 공영 칸TV는 3일 “내각은 각료회의를 통해 하마스를 제거하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우리(신베트)는 그렇게 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하는 로넨 바르 신베트 국장의 육성 파일을 공개했다.

이스라엘이 건국하던 1948년에 설립된 신베트는 해외 담당 정보기관 모사드와 함께 테러와 전쟁으로부터 국가를 지키는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철저히 비공개로 움직여온 신베트가 내부 동향을 드러내는 건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다. 지난 10월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미리 예측하지 못해 신뢰도에 큰 흠집이 난 신베트가 적의 사기를 꺾는 동시에 명예 회복 의지를 국민들에게 밝힌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바르 국장은 “이것(하마스 제거)은 우리의 뮌헨”이라며 1972년 뮌헨올림픽 당시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검은 9월단’이 이스라엘 올림픽 대표팀 전원(11명)을 살해한 사건을 언급했다. 이 사건을 겪은 이스라엘은 정보기관을 총동원해 테러 기획자들을 표적 암살했다. 뮌헨 사건처럼 ‘받은 만큼 되갚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바르 국장은 “가자지구, 서안지구, 레바논, 튀르키예, 카타르 전역에 있는 모두를 (제거하겠다)”며 “몇 년이 걸리더라도 임무 수행을 위해 그곳에 갈 것”이라고도 말했다.

이집트 접경 라파도 초토화 - 3일(현지 시각) 가자지구 최남단의 이집트 국경 도시 라파에서 주민들이 이스라엘 공습으로 무너진 건물을 수색하고 있다. 이날 이스라엘군은 라파 동부 지역을 탱크 등으로 공격하고, 가자 남부의 최대 도시 칸유니스 주변의 주택, 학교, 이슬람 사원 등 50여 곳을 타격했다. 가자 남부 일대에는 가자 주민 230만명 중 70%가량이 대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AP 연합뉴스

신베트는 전쟁 발발 후 이스라엘방위군(IDF)과 협력해 하마스 고위 지휘관들을 표적 제거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신베트와 IDF는 이날 “하마스 샤티 대대 사령관 하이탐 하와즈리를 전투기 공습으로 사살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이들은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휴전에 들어가기 직전이었던 지난달 27일 하마스 고위 지휘관 5명을 공습으로 제거했다고 밝혔다.

이번 교전이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면 아랍권에 흩어져 있는 하마스 지도자들을 은밀하게 제거하기 위한 이스라엘 정보 당국의 작전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스라엘 정부 관료를 인용,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명령에 따라 이스라엘의 최고 정보기관들은 레바논·터키·카타르에 살고 있는 하마스 지도자들을 추적해 살해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이날 가자지구 남부에 대한 대대적 공습을 이어갔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은 “가자지구 전역에 걸쳐 있는 하마스 거점을 대상으로 지상 작전을 확대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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