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유일한 판다 암수 한 쌍이 12년 만에 중국으로 떠났다. 중국은 현재 판다를 대여 형식으로만 해외에 보내고 있는데, 영국은 최근 중국과 약속한 기간이 끝났다.
4일(현지 시각) 영국 BBC 방송과 일간 텔래그래프 등에 따르면, 영국에서 12년간 살아온 자이언트 판다 암컷 ‘톈톈’과 수컷 ‘양광’이 이날 오후 1시 40분쯤 에든버러 공항에서 특별 전세기를 타고 중국 쓰촨성으로 향했다. 이 전세기는 중국 남방항공 보잉 777 화물기에 길이 190㎝, 높이 146㎝, 너비 127㎝ 크기의 특수 철제 우리를 설치하는 방식으로 제작됐다. 양국의 사육사와 항공사 관계자가 탑승했고 영국 측 수의사도 함께 전세기에 올랐다.
톈톈과 양광은 2011년 12월 영국에 도착해 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 동물원에 생활했다. 당초 임대 기간은 10년이었지만, 코로나로 2년 더 머물렀다. 동물원은 판다 임차료로 매년 75만 파운드(약 12억4000만원)를 중국에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지불한 돈만 150억원이 되는 셈이다. 이외에도 서식지 조성, 사료비, 사육사 임금, 보험료 등에도 비용이 들었다고 가디언이 전했다. 최소 8차례 번식 시도가 있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판다 반환 전 여러 준비 작업이 이뤄졌다. 우선 양국 정부간 합의에 따른 동물 보건 규정을 지키기 위해 동물원은 지난달 초부터 판다들을 격리했으며, 혈액 및 대변 채취 등 검진이 이뤄졌다. 판다들이 새로운 우리에 익숙해지도록 훈련하고, 기상 시간을 반환일 출발 시간에 맞춰 앞당기기도 했다. 수의사 스테파니 모타씨는 “비행 내내 대나무를 많이 먹이고, 가까이에서 호흡·식욕·배설물 등을 지켜볼 계획”이라며 “판다들이 훈련받긴 했지만 최상의 상태는 아닐 것”이라고 했다.
관람객들에게는 지난주 마지막 인사 기회가 주어졌다. 추위에도 불구, 영국 전역에서 대규모 인파가 몰린 것으로 전해졌다. 줄이 길게 늘어선 것은 물론 서로 자리를 차지하려다 몸싸움이 벌어지기까지 했다고 한다. 이날은 혹시 모를 인파 운집을 우려해 톈톈과 양광의 출발 시간을 떠나기 직전까지 철저히 비밀에 부쳤다.
항공기가 스코틀랜드와 중국의 중간쯤을 지날 때 영국 측 사육사가 중국 측 사육사에게 상자 열쇠를 건네주면, 그때부터 판다에 대한 책임도 완전히 넘어간다. 판다들은 쓰촨성 청두에 도착한 뒤 격리를 거쳐 각기 다른 판다 센터로 보내질 예정이다.
한편 한국 최초 자연 임신으로 태어난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도 종 번식을 위해 내년 중국으로 송환된다. 푸바오는 2020년 7월 태어났는데, 내년이면 성 성숙이 이뤄지는 4살이 된다. 최근 태어난 쌍둥이 루이바오와 후이바오 역시 때가 되면 중국으로 돌아가게 된다. 다만 이들의 엄마 아이바오와 아빠 러바오는 2031년까지는 한국에 머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