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게 끌려간 이스라엘 인질들이 정신과 약물을 투여받는 등 심리적, 정서적으로 학대를 받았다는 의료진의 주장이 나왔다. 하마스는 한 소녀에게 케타민을 투여하거나 한 남성의 가족이 살아있는데도 사망했다고 거짓말을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12일(현지시각) 이스라엘 매체 ‘더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이스라엘 텔아비브 소우라스키 의료센터의 레나나 에이탄 정신의학과 과장은 최근 하마스 석방 인질 14명을 치료했다. 병원 측은 이들 중 일부는 억류돼있는 동안 진정제 계열의 벤조디아제핀을 복용했다고 밝혔다.
의료진은 하마스가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통제하기 위해 이같은 약물을 사용했다고 보고 있다. 특히 한 소녀는 몇주간 케타민을 투여받았다는 의혹도 있다. 정맥에 주사하는 케타민은 전신 마취 등에 사용되는 해리성 마취제로,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된다. 에이탄 과장은 “하마스는 때로는 아이들을 통제하기 어려웠다”면서 “약을 먹이면 (아이들이) 조용해진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정서적 학대는 약물 투여뿐만 아니었다. 한 남성 인질은 아내가 이스라엘에 멀쩡히 살아있는데도 ‘아내가 사망했다’는 말을 들었다. 부모와 생이별한 어린이 인질들은 잔인한 영상을 봐야 했다. 한 환자는 다른 사람들과 나흘이 넘도록 컴컴한 어둠 속에 남겨졌다고 했다.
이들 중 일부는 환각 증세를 보이는 등 정신적인 문제를 겪고 있다. 인질이 자해했다는 보고가 있으며 일부 인질들은 석방된 이후에도 자살 충동을 느꼈다고 한다. 또 석방된 인질 일부는 해리 장애를 겪기도 했다. 자신이 풀려나 병원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가도 어느 순간 하마스와 함께 있다고 착각하는 사례 등이다.
에이탄 과장은 “트라우마 피해자를 치료해온 20년동안 나는 이런 일을 본 적이 없다. 인질들에 대한 신체적, 성적, 정신적, 심리적 학대는 정말 끔찍하다”며 “교과서를 다시 써야 할 수준”이라고 했다.
지난 10월 하마스 공격으로 인한 이스라엘인의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는 인질에 국한되지 않는다. 에이탄 과장은 이스라엘 인구의 5%인 약 40만명이 PTSD 증상을 겪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PTSD 전문 치료센터 설립을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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