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초 미국 작가 낸 나이튼의 집 창문 난간에서 목격된 수리부엉이 플라코. 부엌 쪽 창문에 몇 시간 동안 앉아 있다가 자리를 떴다고 한다. /낸 나이튼 홈페이지

아침에 잠에서 깨자마자 창가 난간에 70cm짜리 부엉이가 떡하니 앉아 있는 장면을 본다면 어떤 느낌일까.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황당한 일이 최근 뉴욕 맨해튼 도심 한복판에서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주인공은 뉴욕의 새로운 명물 수리부엉이 ‘플라코’다. 원래 집이 뉴욕 센트럴파크 동물원인 플라코는 지난 2월 가출한 뒤 아직 돌아가지 않고 뉴욕 일대에서 살고 있다. 탈출한 이후 도심 곳곳에 모습을 보이며 뉴욕 시민들의 관심과 애정을 듬뿍 받는 플라코가 최근 고층 빌딩 창문이나 난간에 앉아 건물 안을 몇 시간 동안 빤히 쳐다보는 장면이 자주 목격되고 있다고 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플라코는 오지랖 넓은 진짜배기 뉴요커가 됐고, 다른 집 훔쳐보기를 좋아하는 귀여운 이웃으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라고 했다.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에 사는 부엉이 ‘플라코’가 지난달 시인 낸 나이튼의 집 유리창 안을 빤히 바라보고 있다. /낸 나이튼 개인 홈페이지

13살 수컷 플라코는 몸집이 꽤 커서 어딜 가든 사람들 눈에 쉽게 띈다. 날개를 쭉 펴면 길이가 1m 80cm를 넘는다. 태어난 곳은 노스캐롤라이나주 조류 보호 구역이고, 1살 때 센트럴파크 동물원에 입주했다고 한다. 동물원은 탈출한 플라코를 다시 데려오려고 가짜 부엉이 소리도 내보고 먹이로 유인도 해봤지만 말을 듣지 않았다. 가르쳐준 적도 없는데 알아서 쥐를 잡아먹는 등 야생에 너무 쉽게 적응했다. 센트럴파크의 우거진 숲은 플라코가 살아갈 만한 환경이 되기도 했다. 다시 데려올 명분이 사라진 동물원 측은 그냥 플라코를 놓아주기로 결정했다.

센트럴파크에는 플라코 말고도 수리부엉이가 몇 마리 살았던 적이 있지만, 플라코처럼 사람을 경계하지 않고 스스럼없이 다가가는 부엉이는 없었다. 칼라 블룸 국제부엉이센터 대표는 플라코가 동물원에서 자라 사람을 친구로 보기 때문에 이런 일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부엉이가 창문에 몇 시간 동안 앉아 있는 이유에 대해선 “단지 호기심 때문에 그랬을 수도 있는데,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알기가 어렵다”라고 했다.

뉴욕의 새로운 명물 수리부엉이 플라코/X(옛 트위터)

독이 든 음식을 먹거나, 날다가 건물·자동차 등에 치이기 십상인 맨해튼은 플라코가 살기에 적당한 장소는 아니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사람들과 어울려 무탈히 살아가는 플라코를 뉴욕의 새로운 자유의 상징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블룸 대표는 “위험하지만 자유로운 맨해튼에서의 삶은 플라코에게 축복인 동시에 저주이기도 하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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