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서부 이시카와현 노토반도에서 1일 발생한 규모 7.6 강진은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 이후 일본에서 일어난 지진 중 가장 강력했다. 지진이 잦은 일본이지만, 서부에서 일어난 지진으론 전례 없는 큰 규모였다. 일본 서부는 한국의 동해에 맞닿아 있어 이 지역의 지진이 빈번해질 경우 한반도 동부 및 남부도 쓰나미(지진해일) 위험이 커지게 된다.
과거 일본을 강타한 대규모 지진 중 다수는 태평양과 북미 일대의 경계를 따라 이어지는 환(環)태평양 지진대, 일명 ‘불의 고리’와 가까이 놓여 있는 일본 동부 해안에서 발생했다. 그러나 서부 해안의 호쿠리쿠(일본 혼슈 중 동해에 면하는 지역) 지방에서도 2000년대 들어 지진 발생 빈도가 잦아졌다. 이번 지진이 일어난 이시카와현과 니가타·도야마·후쿠이현이 여기 속한다. 일본 기상청이 자체적으로 정하는 지진 등급(진도)의 6강(6+, 총 10단계) 이상 지진 20건 중 6건(30%)이 이 지역에서 일어났다. 김명수 기상청 지진전문분석관은 “노토반도 지진은 단층의 수직 운동으로 발생한 역(逆)단층형 지진으로, 불의 고리와 관련됐다”라며 “일본 동부가 태평양판과 유라시아판의 경계에 더 가깝기 때문에 지진의 빈도와 강도가 크긴 하지만, 서부 지역도 영향권이 아니라고는 볼 수 없다”고 했다.
특히 이번 지진의 진앙이 된 노토반도 부근은 최근 수년 사이 지진 활동이 활발히 일어나 일본 내에서 주목받는 지역이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노토반도 북부에서는 2020년 12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진도 1 이상 지진이 506회 발생했다. 2022년 6월에는 진도 6약(6-), 지난해 5월에는 진도 6강에 해당하는 대형 지진이 연달아 일어났다.
일본 서부의 지진이 빈번해지면서 한반도 및 주변 해역은 ‘지진 안전지대’라고 하기 어려워졌다. 1일 일본 강진 여파로 한반도엔 1993년 이후 31년 만에 높이가 50㎝ 넘는 쓰나미가 발생했다. ‘50㎝’는 해안 저지대 침수 우려가 커 대피가 필요한 수준이다. 2일 기상청에 따르면, 1일 오후 8시 35분 강원 묵호에서 85㎝가 관측됐다. 경북 후포가 66㎝를 기록해 뒤를 이었다. 기상청은 “2일엔 지진해일 높이가 10㎝ 아래로 내려가고 점차 물결이 낮아지는 추세를 보였다”고 전했다. 이번에 큰 피해는 없었지만 일본 지진의 영향을 크게 받는 동해안 등 동남권 지역을 중심으로 대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불의 고리
세계 주요 지진대와 화산대가 집중되는, 태평양을 둘러싼 지역을 일컫는다. 이 지역은 마그마가 움직여 생성된 해양판이 태평양 가장자리로 이동해 대륙판과 만나서 파고드는 강도가 다른 지역에 비해 높다. 서쪽의 일본·대만·동남아, 북쪽의 러시아 캄차카와 미국 알래스카, 동쪽의 미주 대륙 서부 등 태평양 연안 지역을 고리 모양으로 아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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