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현지시각)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외곽에 있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사무실이 드론에 공격당했다. 하마스 정치국의 이인자이자 하마스 전체 서열 3위로 평가받는 살레흐 알아루리 부국장이 사망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번 전쟁 발발 이전부터 사살하겠다고 공언해왔던 인물이다. 이스라엘이 공격했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하마스는 “우리의 용감한 저항은 절대 약해지지 않을 것”이라며 보복 의지를 밝혔다.
로이터,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쯤 무인기가 레바논에 있는 하마스 사무실을 타격해 6명이 사망하고 다수가 부상했다. 레바논 국영 뉴스통신사 NNA는 “공격 당시 폭음이 들리고 건물에서 불길이 치솟았다”고 전했다.
이날 공격으로 알아루리 부국장을 포함해 하마스 무장조직 알카삼 여단의 지도자 등이 사망했다. 알아루리는 하마스 군사 조직을 창설한 초기 멤버로, 팔레스타인 주민이 거주하는 이스라엘의 서안 지역에서 지도자로 활동해 왔다.
이스라엘군은 이와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그러나 하마스를 비롯한 중동의 반(反)이스라엘 세력은 드론 공격의 배후로 이스라엘을 겨냥했다.
하마스는 즉각 반발했다. 이집트와 카타르에 이스라엘과 진행 중인 모든 협상의 동결을 통보했다. 하마스 정치국장 이스마엘 하니예는 이번 공격을 “테러 행위, 레바논 주권 침해, 팔레스타인에 대한 적대 행위 확대”라고 규탄했다. 하마스 고위 지도자 이자트 알리시크는 이날 성명을 내고 “가자지구에서 우리의 용감한 저항은 절대 약해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스라엘 저항 세력의 후원자인 이란은 이스라엘에 대한 저항이 거세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나세르 카나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순교자의 피는 팔레스타인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모든 자유를 추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시온주의 점령자들에 맞서 싸우려는 저항의 동기를 다시 불붙일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스라엘군의 알아루리 살해를 ‘암살’로 표현하며 레바논의 주권과 영토를 침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레바논도 반발했다. 레바논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슬람 무장 정파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의 알아루리 암살은 대응 또는 처벌 없이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저항 세력은 방아쇠에 손가락을 얹고 있다”며 보복을 예고했다. 나지브 미카티 레바논 임시 총리도 이스라엘을 겨냥해 “레바논을 새로운 국면으로 끌어들이려는 의도”라고 비난했다.
무함마드 시타예흐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총리는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의 알아루리 암살을 비난하며 뒤따를 위험과 결과에 대해 경고했다.
알아루리의 피격 소식이 전해진 후 그가 활동하던 서안의 라말라 시내에서는 이스라엘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파타당의 라말라 지부는 알아우리를 살해한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한 대응으로 3일 하루 총파업을 예고했다. 총파업은 요르단강 서안에서 하마스의 인기를 입증하는 것이라고 현지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짚었다.
주이스라엘 한국대사관은 “동예루살렘과 서안 내에서 항의 집회 혹은 보복 테러가 발생할 가능성이 당분간 매우 높다”며 교민들에게 안전에 유의할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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