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은 흑곰이 매우 크다며 옆에 누워 크기를 비교하고 있는 흑곰 전문 사냥꾼. /페타

영국 왕실 근위병의 상징인 검은 털모자에 인조 모피를 사용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근위병 털모자는 흑곰 털로 만드는데, 흑곰을 죽이는 방식이 지나치게 잔인하다는 이유에서다.

10일(현지 시각) BBC 등에 따르면, 동물보호단체 페타(PETA)는 최근 영국 근위병 털모자에 흑곰 모피를 쓰지 말자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왕실 근위병은 버킹엄궁 교대식이나 왕실 행사 등의 임무를 할 때 캐나다 흑곰의 모피로 만든 큰 모자를 쓴다.

이번 캠페인에는 영국 유명 배우 겸 작가 스티븐 프라이가 동참했다. 그는 페타가 흑곰 사냥 중단을 촉구하자는 취지로 제작한 영상에서 “모자 한 개에 적어도 곰 한 마리가 들어간다”며 “곰이 죽지 않고 도망치다가 상처 감염이나 출혈로 나중에 고통스럽게 죽음을 맞을 수 있다. 사냥꾼이 흔적을 쫓다가 몇시간 후에나 발견하곤 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영국 정부가 흑곰 털모자를 계속 제작해 수요를 만들고 사냥꾼에게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고 했다.

흑곰을 죽인 뒤 내장 등을 빼내고 있는 모습. /페타

페타가 공개한 영상에는 흑곰을 사냥하는 방식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이를 보면, 이른바 ‘헌터’들은 베이글과 비스킷 등 먹이를 통에 가득 담아 흑곰을 유인한 뒤, 가까이 다가오면 작살을 던진다. 작살을 맞은 흑곰이 얼마 못 가 쓰러지면, 헌터들이 다가가 작업을 시작한다. 배를 갈라 내장을 빼내고, 살가죽만 남은 흑곰을 끈으로 묶어 박스에 보관한다. 헌터들은 자신들이 잡은 흑곰이 “매우 크다”며 자축한 뒤, 옆에 누워 인증사진을 남기기도 한다.

이렇게 포획한 흑곰 가죽은 세척, 소독, 건조, 압축 등의 과정을 거쳐 털모자로 제작된다고 페타는 전했다.

다만 이 같은 페타의 지적에 영국 국방부 측은 흑곰 가죽 외에 마땅한 대안이 없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방부 대변인은 “곰 가죽은 공인된 캐나다 모피 시장에서 조달된다”며 “지금까지는 이를 대체할 대안은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