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아이오와주(州) 공화당 코커스(당원대회)에서 압승을 거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6일에 이어 17일에도 뉴욕 맨해튼 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성폭행 관련 명예훼손 재판 두 번째 기일에 참석했다. 이날 트럼프는 재판 중간마다 다른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소리로 자신에 대해 소송을 제기한 피해자를 비난해 판사의 경고를 받았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판사의 말을 받아치는 등 기세등등한 모습이었다.
지난해 5월 법원은 트럼프에게 ‘트럼프가 나를 성폭행 했다’고 주장한 여성 칼럼니스트 E. 진 캐럴에게 500만 달러(약 67억2500만원)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트럼프는 배상금을 법원에 공탁하고 나서도 캐럴이 자신을 상대로 무고했다고 주장했고, 이에 격분한 캐럴이 1000만 달러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새로 낸 것이다.
CNN, 뉴욕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측과 법원은 재판 시작부터 대립각을 세웠다. 트럼프의 변호인 알리나 하바는 “트럼프가 내일 장모의 장례식에 참석해야 한다”면서 재판 연기를 요청했다. 하바는 지난 며칠 간 법원에 같은 요청을 했으나 거부된 바 있다. 그런데도 재판 시작부터 같은 요청을 다시 하자 화가 난 판사는 “트럼프는 직접 재판에 참석해도 되지만 변호인을 통해 출석해도 된다”면서 “재판 연기 신청을 거부하고 더 이상 이 얘기는 하지 않겠다. 무슨 말인지 알겠나? 앉아라”라고 했다. 그러자 하바는 “저는 판사님이나 캐럴의 변호사에게도 그런 식으로 말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판사님도 저에게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라”고 했다.
캐럴은 이날 트럼프에게 당한 명예훼손과 관련한 증언을 했다. 그는 “트럼프는 계속 거짓말을 했다. 지난달에도 했고 일요일에도 했고 어제도 마찬가지”라면서 “그가 거짓말을 하는 것을 멈추게 해달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재판 내내 캐럴의 증언의 대해 사실이 아니라는 듯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캐럴의 변호인 숀 크라울리는 휴식 시간에 판사에게 가서 “트럼프가 캐럴의 말에 ‘거짓말이다’라는 식으로 크게 중얼대고 있다”면서 “너무 크게 말해 배심원도 들을 지경”이라고 항의했다. 결국 판사는 트럼프에게 “변호인과 말을 할 때 배심원들에게 들리지 않도록 특별히 주의를 하라”고 주의를 줬다. 그런데 시간이 조금 흐르고 나서 캐럴의 변호인은 재차 “트럼프가 ‘마녀사냥이다’ ‘정말 사기꾼이다’라고 말하는 것을 들을 수 있다”고 판사에게 말했다. 캐플란 판사는 트럼프에게 “당신은 재판에 참석할 권리가 있지만, 재판을 방해하면 그 권리는 상실될 수 있다”면서 “법원의 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재판에서 제외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자 트럼프는 “바라던 바다”고 대답을 했다. 캐플란 판사는 “당신이 내가 그렇게 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며 “이 상황에서 당신은 자신을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후 재판이 다시 시작되기 직전 트럼프 측 마이클 마다이오 변호인은 캐플란 판사에게 “판사님은 트럼프와 변호인에 대해 전반적인 적대감을 갖고 있다”면서 재판 기피 신청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캐플란 판사는 “거부됐다”고 단 한마디만 했다.트럼프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 소셜’에 “(빌) 클린턴이 임명한 적대적인 판사 루이스 캐플란이 있기 때문에 이 터무니없는 재판의 매 순간에 참석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낀다”라며 “사랑하는 장모님의 장례식에 참석할 수 있도록 하루만 재판을 연기해 달라고 했지만 판사는 화를 내며 안된다고 했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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