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의 전설적인 선수 재키 로빈슨(브루클린 다저스) 동상의 발목 부분을 절단해 훔쳐간 범인이 잡혔다. 도난 사건 이후 동상이 있었던 자리에는 동상의 발만 덩그러니 남아있는 상태였다.
13일(현지시각) AP통신 등에 따르면, 캔자스주 위치타 경찰은 로빈슨 동상 절도 용의자인 리키 알데레테(45)를 체포했다고 밝혔다. 알데레테는 현재 다른 사건에 연루돼 절도와 납치 등 혐의를 받고 있으며, 강도‧절도 등의 전과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위치타 경찰의 애런 모세스 경위는 이번 사건을 증오범죄라고 볼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범인이 동상을 가져다 고철로 팔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전했다.
경찰은 CCTV 영상에 포착된 용의자가 세 명이며, 다른 이들이 사건에 개입됐을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 설리번 위치타 경찰서장은 “첫번째 체포가 이루어졌을 뿐”이라며 “(이 사건과 관련해) 앞으로 더 많은 용의자를 체포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알데레테를 어떻게 절도 용의자로 특정했는지 수사과정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어 서장은 “이 지역에서 무언가를 빼앗아 가려고 하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추가 용의자를 검거한 후 더 자세한 내용을 공유하겠다”고 덧붙였다.
동상 절도 사건은 지난달 26일 위치타의 맥아담스 공원에서 발생했다. 1947년 메이저 리그의 유색인종 장벽을 무너뜨린 로빈슨의 모습을 본 딴 동상이 양발만 남긴 채 없어졌다.
사라진 동상은 그로부터 5일 후 11㎞ 정도 떨어진 다른 공원 쓰레기통에서 불에 탄 채 발견됐다. 도난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트럭도 버려진 채 발견됐다. 당시 경찰은 범인들의 모습이 감시카메라에 포착됐으며, 인종 차별 범죄에 무게를 두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동상이 도난당했다는 소식이 정해지자 MLB 사무국과 30개 구단은 로빈슨 동상을 다시 건립하기 위해 재정적으로 지원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와 별개로 동상을 세운 ‘리그42′ 재단에는 30만 달러(약 4억원)가 넘는 기부금이 모였다.
재단 설립자 밥 루츠는 “로빈슨의 힘은 현재에 이르러서도 매우 강력하다”며 “그가 지지하는 가치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했다. 그는 “조각상을 교체하는 데 약 5만 달러(약 6700만원)가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나머지 비용은 재단 교육 프로그램과 시설을 개선하는 데 쓰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