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저지섬의 엘리자베스 성 내부에서 발견된 쪽지. “007 제임스 본드. 1966년 2월26일. 추신, 비밀 요원.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시오”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저지헤리티지 인스타그램

최근 프랑스 노르망디 해안에 자리 잡은 영국 왕실령 저지섬의 엘리자베스 성 내부에서 ‘007 제임스 본드’라고 적힌 정체모를 쪽지가 발견됐다.

28일(현지시각) 영국 BBC 등에 따르면, 저지섬 문화유산을 보호하는 자선단체 ‘저지 헤리티지’는 최근 400년 된 엘리자베스 성의 보수공사를 진행하던 도중 이 같은 쪽지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쪽지는 장교 숙소 1층 막혀있던 벽난로 안에 있었다고 한다.

쪽지에는 “007 제임스 본드. 1966년 2월26일. 추신, 비밀 요원.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시오”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뒷면에는 “E.A. 블람피드”라는 서명이 있었다.

매체는 이 쪽지에 적힌 날짜가 007시리즈의 4번째 영화 ‘썬더볼’이 개봉한지 2달이 지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또 쪽지와 함께 1966년 2월23일자 신문의 일부도 함께 발견됐다. 이 쪽지를 써 넣어둔 사람이 작성 시기를 증명하기 위해 함께 첨부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쪽지가 발견됐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지역 고고학자들과 ‘역사광’들의 관심이 모아졌다고 매체는 전했다.

복원 작업에 참여한 고고학자 하비 돌란은 “작성자는 분명히 제임스 본드의 열렬한 팬이었을 것”이라며 “1960년대 진행된 복원공사 도중 누군가가 넣어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에는 뒷면의 서명을 보고 작성자가 유명 예술가 에드먼드 블람피드일 수 있다고 추측했다”며 “하지만 그 예술가는 당시 79세 노인이었고, 그해 8월에 세상을 떠났다. 그가 쪽지를 넣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유서 깊은 건물의 막힌 벽난로에서 물건이 발견되는 건 종종 있는 일”이라며 “쪽지를 그곳에 두었던 사람의 사연을 알아내는 것도 매우 흥미로울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작성자나 쪽지에 관련된 정보가 있다면 ‘저지 헤리티지’에 제보해 달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