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Port-au-Prince)에 위치한 국립교도소를 무장 갱단들이 공격한 후 인근 길거리가 마비된 모습. /AFP 연합뉴스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에서 무장 갱단들이 교도소를 습격해 수천 명이 탈옥하고 최소 10여 명이 사망했다.

3일(현지시각)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전날 밤 수도 포르토프랭스(Port-au-Prince)에 위치한 국립교도소를 갱단들이 습격해 수천 명의 재소자가 탈출했다. 유명 갱단 두목들이 갇혀있던 이곳은 원래 약 4000명 정도 수감돼 있었지만 대부분 탈옥하고 현재 100명가량만 남은 것으로 전해졌다.

AFP통신은 현장을 방문한 자사 특파원이 10여 구의 시신을 확인했다며 교도소 문은 열려 있었고 내부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고 전했다. 당시 교도소 정문에는 총상 입은 3명의 시신이 놓여 있었으며, 인근에서 두 손이 뒤로 묶인 채 피투성이로 숨진 남성 2명도 발견됐다고 한다.

아이티 정부는 성명을 내고 “경찰이 국립교도소와 타 시설을 공격한 갱들의 격퇴를 시도했다”며 “이 과정에서 교도소 직원과 수감자 등 여러 명이 부상당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달아난 탈옥범들과 이번 행위에 가담한 공모자들을 색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이티 포르토프랭스(Port-au-Prince) 국립교도소 전경을 드론으로 촬영한 모습. /로이터 뉴스1

현지 매체 르 누벨리스트는 해당 국립교도소에 조브넬 모이즈 전 대통령을 암살한 범인들이 수감돼 있었다고 전했다. 모이즈 전 대통령은 임기 도중이던 2021년 7월 사저를 습격한 무장 괴한들에게 살해됐다. 다만 이들은 도주하지 않고 아직 교도소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태의 배후를 두고는 포르토프랭스 일대 갱단 연합체 G9의 두목이자 전직 고위 경찰관이었던 지미 셰리지에가 지목되고 있다. 그는 지난 1일 군과 경찰에 아리엘 앙리 총리의 체포를 요구한 인물로, 이번 공격 역시 앙리 총리가 해외 출장을 나간 사이 이뤄졌다. 경찰은 셰리지가 앙리 총리의 귀국을 막기 위해 경찰청장과 정부 장관들을 납치하려는 계획을 꾸미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한편 미주 최빈국으로 꼽히는 아이티에서는 모이즈 대통령 암살 사건 이후 극심한 혼란이 거듭되고 있다. 갱단 폭력에 따른 치안 악화는 ‘무법지대’로 불릴 정도다. 현지 무장 갱단 수는 100개가 넘고 수도의 60%를 이들이 장악하고 있다. 국립 경찰조차 이들 규모에 밀려 주기적인 후퇴를 반복하고 있다.

심각한 연료 부족과 치솟는 물가 탓에 행정 기능도 사실상 마비된 상태다. 지난해 1월에는 마지막 선출직 공무원이었던 상원 의원 10명의 임기가 종료되면서 입법부 공백까지 생겼다. 여기에 지난달 앙리 총리가 퇴진을 거부하면서 격렬한 반정부 시위까지 벌어졌고 이 사이 갱단들의 각종 범죄도 활개를 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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