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을 벗어라.”
“내가 저 여자를 쏠 거야, 쏴서 죽이겠어.”
점심 식사를 위해 음식점을 찾은 여성이 약 300명의 군중 앞에서 이 같은 폭언을 들은 이유는 단지 “이슬람 경전인 코란의 구절이 적힌 원피스를 입었다”는 이유에서였다. 군중은 여성이 ‘신성 모독죄’를 저질렀다며 살해 협박까지 가했고, 결국 경찰이 출동해 공포에 질린 여성을 빼낸 뒤에야 상황은 일단락됐다. 정작 여성이 착용한 원피스에 적힌 문구는 코란도 아닌 단순 ‘아랍어 캘리그라피’인 것으로 조사됐다.
4일(현지 시각) BBC 방송 등에 따르면 이 같은 사건은 지난달 25일 오후 1시 10분쯤 파키스탄 펀자브주(州) 라호르의 한 레스토랑에서 벌어졌다.
당시 상황이 담긴 영상을 보면, 아랍어가 적힌 원피스를 입은 여성이 겁에 질린 표정으로 구석에 몸을 웅크리고 있고 군중은 성난 목소리로 여성을 비난한다. “옷을 벗는 게 좋겠다고 저 여자한테 말했어” “네가 신이야?” “네가 알라야?” “저 여자가 코란을 무시했어” 등이다. ‘죽이겠다’는 협박성 발언까지 나왔다. 분위기는 점차 험악해졌고, 성난 군중은 서서히 여성 쪽으로 더 다가갔다.
이들은 여성이 입은 원피스에 이슬람 경전(코란)의 구절이 적혀있었다며 위협을 가했다. 파키스탄은 이슬람을 국교로 하며, 국민 약 95%가 이를 믿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한 시민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한 뒤에야 여성은 식당을 벗어날 수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도착했을 때 약 300명의 사람이 식당 밖까지 붐볐다”며 “그 중 셔츠에 쓰인 내용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성을 데려가 국법에 따라 책임을 묻겠다고 군중을 설득한 끝에 여성을 빼 올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경찰 조사 결과, 여성 옷에 적힌 문구는 코란 구절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문구는 아랍어로 아름답다는 뜻의 ‘할와’였다.
다만 이 같은 결론이 나왔음에도 여성은 공개적으로 사과했다. “실수로 일어난 일이지만, 그래도 앞으로 같은 상황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독실한 무슬림이며 결코 신성모독을 저지르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과거 종교 전문가로 활동했던 타히르 마흐무드 아슈라피는 엑스(옛 트위터)에 “사과할 사람은 여성보다는 군중 속에 있는 남성들이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파키스탄에서 신성 모독은 사형에 처할 정도로 심각한 범죄로 여겨진다. 신성 모독죄를 범한 사람들은 재판이 열리기도 전에 이번처럼 ‘집단 린치’를 당하기도 한다. 실제로 작년 8월 파키스탄 동쪽 도시 자란왈라에서는 해당 지역 출신 남성 2명이 코란을 훼손했다는 이유로 시민들이 마을 교회와 가옥 수십 채에 불을 지르는 일이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