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북서부의 대형 공연장 '크로커스 시티홀'에서 22일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 특수 경찰 대원이 순찰하고 있다./AFP 연합뉴스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 대형 공연장에서 22일(현지시각) 총격·폭탄 테러 사건이 발생해 사망자가 143명으로 늘어났다. 현재까지 이번 공격에 직접적으로 연루된 4명을 포함한 총 11명이 구금된 것으로 파악됐다.

23일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하원(두마) 정보위원장 알렉산드르 힌시테인 의원은 러시아 당국이 이날 새벽 러시아 남동부 브랸스크 지역에서 도주하던 르노 승용차와 추격전을 벌인 끝에 용의자 2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도주 차량이 전복되며 1명은 현장에서 검거됐고, 다른 1명은 인근 지역 수색 결과 오전 3시50분쯤 붙잡힌 것으로 전해졌다.

부상자 등이 숨지면서, 당초 60명대로 집계됐던 사망자 수가 지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러시아 조사위원회에 따르면 현재까지 확인된 사망자 수는 어린이 3명을 포함해 최소 115명이다. 121명이 병원에 입원한 것으로 추정되며, 이 중 약 60명이 ‘심각’ 또는 ‘매우 위중’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러시아 국영 방송사 RT의 편집장 마르가리타 시모냔은 이날 오후 사망자가 143명으로 늘었다고 전했다.

소셜미디어 등에는 당시 상황이 담긴 여러 영상이 확산했다. 최소 4명 이상의 무장 괴한이 모스크바 북서부의 ‘크로커스 시티홀’이라는 대형 공연장에 들이닥쳐 시민들을 향해 무차별 총격을 가하는 장면이다.

총격은 공연이 시작되기 직전 벌어졌다.

테러 당시 누군가 건물 내부 3층에서 아래쪽 개방된 로비홀을 내려다보며 촬영한 영상을 보면, 갑자기 총소리가 울려퍼지면서 시민들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고 순식간에 현장이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테러범들의 기본 무장은, 전쟁에서 일반 병사들이 사용하는 ‘돌격소총’이었다.

22일 러시아 모스크바 대형 공연장 '크로커스 시티홀'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 응급 의사들이 공연장 인근에서 시신을 모으고 있다. 러시아 응급 구조대는 최대 5명의 괴한이 모스크바 크로커스를 공격했다고 밝혔다./EPA 연합뉴스

총알이 ‘빗발치듯 쏟아졌다’고 생존자들은 전했다.

자신의 이름을 안나라고 밝힌 소녀는 러시아 TV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총격이 시작됐을 때 입구에서 세 걸음 떨어진 곳에 있었는데 한 남자가 내 앞에서 쓰러져 죽어 있었다”며 “사람들은 ‘도망쳐, 저들이 총을 쏘고 있어!’라고 소리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총소리가 폭죽 소리처럼 들렸다”고 했다. 또 다른 목격자는 돌격 소총으로 무장한 괴한이 최소 5명이었다고 말했다.

공연장에 있던 음악 프로듀서인 알렉세이는 언론 인터뷰에서 “록 콘서트가 시작되기 전 자리에 앉으려 하던 참에 총 소리와 수많은 비명을 들었다”며 “나는 그것이 자동 소총 소리라는 것을 즉시 깨달았고 이것이 최악의 테러 공격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알렉세이는 공연장 전체가 극심한 패닉 상태에 빠졌다며 “사람들이 먼저 도망치기 위해 서로 몸싸움을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날 저녁 공연장에서는 러시아 록밴드 ‘피크닉’이 공연할 예정이었다. 이 밴드 멤버들은 모두 무사히 대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포스트는 “티켓 판매처에 따르면 이번 콘서트는 매진돼 최대 6200여명의 관객이 공연장을 찾았을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전했다.

당시 현장 시민들이 촬영한 영상을 보면, 테러범들은 동료들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산책하듯 어슬렁어슬렁 걸으며 시민이 눈에 띌 때마다 총탄을 퍼부었다. 기둥 뒤나 구석에 숨어 있는 시민을 수색하듯 찾아내 쏘기도 했다. 총에 맞은 사람들이 로비홀 곳곳에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

온라인에선 “악마 같은 모습”이란 반응이 나왔다.

영상에선 테러범이 단 한 사람을 향해 여러발 집중 포화를 퍼붓고 떠났음에도 피해자가 숨지지 않고 움직이는 모습도 보였다.

군사 전문가는 무장 괴한들이 잘 훈련된 군인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했다.

특수전사령부 출신 강은미 오산대학교 군사학부 교수는 “살상 그 자체를 목적으로 들어온 것은 분명해 보인다”며 “하지만 탄창을 교체하는 모습이나 사격의 결과 등을 봤을 때 고도로 훈련 받은 직업 군인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했다. 이어 “그럼에도 출구와 탈출 동선이 제한된 콘서트홀의 특성상 피해자 규모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편 CNN 보도 등에 따르면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IS)는 이날 총격 피해가 알려진 직후 텔레그램에 올린 성명을 통해 자신들이 이번 공격을 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22일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 대형 공연장에서 폭발로 인한 큰 화재가 발생했다. /AP

러시아 당국은 이번 총격 사건을 ‘테러 공격’으로 규정하고, 친(親)우크라이나 혹은 반(反) 푸틴 세력의 연관 여부를 조사 중이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이날 텔레그램에서 “그들이 키이우 정권의 테러리스트라는 것이 확인된다면 그들 모두를 찾아내 무자비하게 파괴할 것”이라며 “이러한 범죄를 저지른 국가의 대표들도 처벌 대상에 포함된다”고 했다.

미국은 이번 사건에 대해 현재로서는 우크라이나나 우크라이나인이 연루돼 있다는 징후는 없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도 이번 공격과 자신들은 아무 상관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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