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동부 메릴랜드주(州) 볼티모어 퍼탭스코강을 가로지르는 ‘프랜시스 스콧 키’ 다리의 교각에 26일 오전 1시 28분쯤 화물 컨테이너선(船) ‘달리’가 충돌한 뒤 교각과 다리 본체가 무너졌다. 이 사고로 당시 다리 위를 통행하고 있던 자동차들도 함께 강으로 추락했으며 약 20명이 실종됐다고 미 언론들은 보도했다. 정확한 인명 피해 규모는 아직(현지 시각 오전 9시 30분 현재) 발표되지 않았다.
사고 직후 볼티모어 소방서와 해안 경비대가 헬기와 구조선 등을 현장에 급파해 실종·수색 작업을 벌였다. 배에는 22명이 승선하고 있었는데, 달리호를 관리하는 선박 업체 ‘시너지 마린’사는 “배에 타고 있던 두 조종사는 무사히 구조됐다”고 밝혔다. 폭 48m, 길이 300m 배가 교각을 들이받은 뒤 와르르 무너지는 사고 장면은 카메라에 포착됐다. CNN은 “(충돌 4분전부터) 배의 불이 꺼졌다 켜졌다를 반복하더니 교각으로 방향을 틀어 충돌했다”고 전했다. 메릴랜드주 당국은 비상 사태를 선포했다.
이날 사고로 무너진 다리는 1977년 완공된 2.6㎞ 교량으로 볼티모어 주변을 순환하는 고속도로의 일부다. 다리의 이름은 미국 국가(國歌) 가사를 쓴 작가 프랜시스 스콧 키의 이름에서 따 왔다. 교각과 충돌한 화물 컨테이너선은 싱가포르 국적 선박으로 2015년 현대중공업이 건조했다. 버지니아주 노퍽항을 거쳐 볼티모어항에 기항한 뒤 스리랑카로 출발하려다 교각을 들이받았다고 알려졌다.
선체는 사고 직후 불이 붙어 검은 연기를 내뿜으며 멈춰섰다. 충돌 충격으로 교각이 무너지며 다리 위에 있던 차량 여러 대가 물에 빠졌다. 케빈 카트라이트 볼티모어 소방국 공보국장은 “최소 7대의 차량이 물에 빠진 것으로 파악되며, 실종자는 다리 위에서 작업을 하던 건설 인부 등을 포함해 최대 20명으로 추정 중”이라며 “붕괴한 다리 구조물에 화물이 걸려 있는 등 위험 요소가 있어 구조대원들이 조심스럽게 수색 작전을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사고가 난 볼티모어는 미국 수도 워싱턴 DC에서 50㎞ 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은 수도권 대도시다. 지은 지 50년도 되지 않은 교량이 맥없이 무너지는 장면에 미국 사회는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브랜든 스콧 볼티모어 시장은 “마치 액션 영화에서 본 것과도 같은, 상상할 수 없던 비극”이라고 했다. 웨스 무어 메릴랜드 주지사는 사고 발생 직후 낸 성명에서 “이 비극적인 사고에 대응하기 위해 연방 정부 및 볼티모어시와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볼티모어시 당국은 26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선박의 동력에 문제가 있어 사고 직전 조난 신호를 보내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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