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의 전설’로 불리는 카를 라거펠트 샤넬 수석 디자이너의 파리 아파트가 경매에서 1000만유로(약 146억원)에 팔렸다.
26일(현지 시각) 프랑스 일간 르파리지앵 등에 따르면, 이날 파리 상공회의소에서 진행된 경매에서 라거펠트가 사망 전 살았던 파리 7구의 260㎡ 규모 아파트가 1000만유로에 낙찰됐다. 수수료를 포함한 최종 낙찰가는 1110만유로(약 162억원)다. 경매 시작가 530만유로(77억원)에서 금액이 약 2배 뛰었다.
약 19분간 치열한 입찰 경쟁이 이뤄졌다고 르파리지앵은 전했다. 매각을 담당한 알테미스 공증사무소 공증인 베르트랑 사부레는 “부동산의 위치와 특성, 거기에 살았던 사람의 가치를 고려할 때 인기가 있을 거라고는 예상했지만, 시작 가격의 2배에 낙찰될 거라고는 생각 못했다. 정말 예외적인 일”이라고 했다.
독일 출신 라거펠트는 프랑스의 명품브랜드 샤넬의 수석 디자이너로, 전 세계 패션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디자이너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샤넬뿐만 아니라 펜디, 클로에, 그리고 자신의 이름을 딴 카를 라거펠트 등 다른 여러 상표의 옷을 디자인했다. 까만 선글라스와 백발의 포니테일 머리, 검은색 바지, 바짝 선 칼라, 크롬하츠 액세서리가 그의 트레이드마크였다. 2019년 2월 85세로 세상을 떠났으며, 생전 그의 뜻에 따라 장례식 없이 소수의 지인만 참석한 가운데 화장됐다.
이 아파트는 센 강과 루브르 박물관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을 갖췄다. 건물 자체는 1694년 지어졌지만, 라거펠트가 직접 미래지향적인 콘셉트로 새로 인테리어 했다. 우주선에서 영감받았다고 한다. 넓은 방 3개가 딸려 있으며, 인테리어에 흰색 색감을 많이 사용해 탁 트인 느낌을 준 게 특징이다. 바닥은 콘크리트 재질로 깔렸다.
구매자는 실거주 용도로 아파트를 낙찰받았다. 다만 라거펠트의 인테리어를 그대로 유지할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공증인 사부레는 “일부는 유지하고 일부는 바꿀 수 있다”면서도 “어쨌든 확실한 건 구매자가 살게 될 아파트라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