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봉투로 변장해 택배를 훔쳐가고 있는 도둑. /엑스

미국에서 한 남성이 쓰레기봉투로 변장해 택배를 훔치는 일이 벌어졌다.

4일(현지 시각) ABC7뉴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에 거주하는 오마르 가브리엘 무노즈는 지난달 29 자신이 시킨 택배 하나를 분실했다.

무노즈는 처음엔 단지 택배가 바람에 날아간 줄 알았다고 한다. 무노즈는 “분명 택배가 배송됐다는 문자를 받았는데, 퇴근 후 집에 돌아오니 택배를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어 혼란스러웠다”며 “그저 바람에 소포가 날아갔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러나 집 앞 CCTV를 돌려본 결과, 범인은 바람이 아닌 ‘쓰레기봉투 도둑’이었다. 누군가 쓰레기봉투를 뒤집어쓰는 방식으로 신원을 감춘 채 택배를 훔쳐 간 것이다. 무노즈가 공개한 CCTV 영상을 보면, 이 쓰레기봉투 도둑은 집 마당 입구에서부터 뒤뚱뒤뚱 조금씩 전진해 택배를 집어 갔다. 온몸을 검은색 쓰레기봉투로 가린 탓에 신원은 물론 성별이 여성인지 남성인지조차 파악되지 않았다. 유일하게 포착된 건 슬리퍼를 신은 발이었다.

무노즈는 쓰레기봉투 도둑의 노력이 가상해 경찰 신고는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무노즈는 “범인을 알고 처음엔 화가 났지만, 요즘 사람들은 창의력이 참 뛰어나다고 생각했다”며 “영상을 다시 보니 웃음이 났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역 경찰들이 더 중요한 사건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생각해 절도 신고는 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처럼 황당한 쓰레기봉투 도둑 영상은 엑스(옛 트위터) 등 온라인상에도 확산했다. 한 계정에 올라온 영상은 조회수가 100만회를 훌쩍 넘길 정도로 화제였다. 네티즌들은 “말 그대로 쓰레기 같은 사람” “이런 창의성이 생산성 있는 일에 사용됐다면 어땠을까” “이 정도 노력이라면 일자리를 구하는 게 낫겠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미국에선 택배 도난 사건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안업체 시큐어리티가 1월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미국인의 44%가 살면서 택배를 도난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17%는 지난 3개월 사이에도 이 같은 일을 겪었다고 한다. 작년 택배 절도 사건의 누적 피해액만 80억달러(약 10조8000억원)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