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복합 위기를 겪고 있다. 러시아에 의존하던 에너지 공급 비용이 치솟은 한편, 안보 불안으로 인해 국방 부담도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 달 22~23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제15회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에서는 니콜라스 폰 리히텐슈타인 왕자와 알렉산데르 크바니시에프스키 전 폴란드 대통령이 참석해 유럽의 현 상태를 진단하고 미래 대책을 논의한다.
니콜라스 왕자는 중부 유럽 국가 리히텐슈타인의 군주 한스 아담 2세의 동생이다. 그의 아버지 프란츠 요제프 2세는 리히텐슈타인의 경제 발전을 이끌어, 인구 4만 명이 채 안 되는 리히텐슈타인을 1인당 국내총생산(GDP) 19만7500달러(약 2억7000만원)에 달하는 강소국으로 발전시킨 주인공이다. 1947년에 태어난 니콜라스 왕자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질서가 미국 중심으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유럽의 침체기와 유럽연합(EU) 결성을 통한 부활, 브렉시트와 러·우 전쟁 등을 모두 경험한 유럽 현대 역사의 산증인이다. 그는 오스트리아 비엔나 대학에서 법을 공부한 후 교황청, 스위스, 벨기에, 유럽연합(EU)에서 리히텐슈타인 대사를 역임하며 유럽 정계에서 풍부한 외교 경험을 쌓았다.
크바니시에프스키 전 대통령은 1995~2005년 재임하며 2004년 폴란드의 EU 가입을 주도했다.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폴란드는 러·우 전쟁 발발 이후 안보 불안을 가장 강하게 느끼고 있는 국가 중 하나다. 폴란드가 최근 한국산 무기를 대량 구매하며 K-방산의 ‘큰손’이 된 이유다. 지난해 ALC에도 참석한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동유럽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고, 전쟁을 모르는 우리 세대는 커다란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유럽은 러·우 전쟁 발발을 계기로 러시아에 의존하던 에너지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국방 투자를 늘렸지만, 그 대가로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 발표에 따르면 유로존의 올해 경제 성장률은 0.8%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2.7%에 달하는 미국과는 대조적인 수치다. 니콜라스 왕자와 크바니시에프스키 전 대통령은 올해 ALC에서 이런 위기의 원인을 진단하고, 에너지 자립과 신성장 동력 등 극복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